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기적

2006-08-10     영광21
사람들은 기적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도깨비방망이가 일으키는 기적 이야기를 들어오며 ‘뚝딱!’ 소리에 금과 은이 나오는 그런 도깨비방망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도 한다. 나 역시 기적을 기대했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천원짜리 지폐나 백원짜리 동전을 줍는 행운이 나에게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던 기억이 있고 소풍때 선생님들이 꼭꼭 숨겨놓은 보물을 한번이라도 찾아보는 행운을 누려보기를 간절히 원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은 번번이 나를 비켜갔고 기껏해야 10원짜리 동전 몇 개를 주워봤을 뿐이다.

교직에 들어온 후 난 그 때 경험하지 못했던 기적을 우리 아이들에게서 종종 보곤 한다. 그러나 그 당시 내가 바랐던 기적이 우연한 행운에 의한 것이라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기적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값지다. 내가 만난 이슬이(가명)도 그런 기적을 나에게 선물했던 아이이다.

재능이 많은 이슬이는 나서기 좋아하고 스타 기질이 있어 아이들로부터 은근한 따돌림을 받았다.

그 정도가 심해져 놀아주는 친구가 줄어들고 상대조차 해주지 않자, 이슬이는 성질을 부리고 과격한 행동을 할뿐 아니라 급기야는 불만의 표출로 점심을 굶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끊임없는 상담과 관심을 통해 설득해 보았지만 점점 자신감을 잃고 삶의 의미까지 찾지 못하겠다는 녀석을 돌려놓기란 쉽지가 않았다.

“사랑하는 제자가 밥을 먹지 않는데 어떻게 나만 맛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겠냐”며 함께 단식을 선언한 나의 시위(?)로 억지로 밥을 먹게 됐고 차츰 마음을 여는 이슬이와 식사시간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잦아졌다.

“다른 사람을 바꾸기 힘들다면 나부터 변해보자”며 우선 공부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성적이 오르고 자신감이 생기면 다른 부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말해 주면서….

그 후 이슬이는 스스로 변화의 길을 찾고 있었다. 조금씩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한 학기가 지나자 중상 정도였던 성적이 날로 좋아지더니 학급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수업중은 물론 방과후 자율학습 시간에도 오직 공부만 하는 것 같았다.

성적이 좋아진 이슬이는 수업 중 다른 모둠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생기며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종종 보여 줬다.

우리 아이들은 갈등과 방황 속에서 나름대로 성장해 나간다. 그 일상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어릴 적 나처럼 기적이 일어나 뭔가 달라져 있는 자기를 발견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있는 아이들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적이 행운에 의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일어나는 기적임을 함께 고민하며 기다려줘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을 우리 아이들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지혜를 청하며 친구들과 수다 떨며 환하게 웃고 있을 이슬이를 그려본다.

황인홍 백수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