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재산환수는 진정한 국민통합 작업

2006-08-17     영광21
광복 61주년인 2006년 8월15일 아침은 착잡한 심정으로 시작되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자신의 공약대로 8월15일 아침 7시40분쯤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신사참배를 비난하는 한국과 중국의 태도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8월15일이 야스쿠니 참배에 적절한 날이라고까지 말했으니 그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현직 총리의 8월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지난 1985년 나카소네 총리의 참배 이후 21년만에 있는 일이어서 역사가 거꾸로 흐른다는 생각마저 들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참배에 관한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참배하지 말라고 해도 나는 간다. 부시 대통령이 원래 그런 어른답지 못한 말은 하지 않지만…"이라고 밝혀서 노골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감정을 건드는 오만함마저 보였다.

만일 제대로 된 과거청산이 이루어졌다면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들의 과거행적에 의해 피해를 입은 주변국에게 이렇게 치욕적인 행동과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하~ 과거청산이 이래서 필요한 것이구나"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런 와중에 18일부터 일제 친일파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조사작업이 시작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광복이 된 지 무려 61년만에 굴절돼 왔던 역사를 바로잡는 의미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일제에 협조해 동족을 탄압하는 일에 앞장서며 재산을 모았던 인물들이 해방 이후에도 과거사에 대한 참회보다는 대를 이어 잘 살게 되는 모순된 현실을 바로잡고자 한 친일파 재산환수의 첫 시도는 해방 직후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념적 대립 끝에 결국 1949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은 중단되었다가 반세기가 더 걸린 후 이번에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친일의 상징적 단죄에서 나아가 재산박탈이라는 실질적인 단죄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정의회복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조사위원들이 친일파 후손의 재산에 대한 서류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반민족행위의 대가로 얻어진 재산으로 판단되면 다수결 방식으로 국고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1차적으로 을사5적과 정미7적 등 명백히 친일 반민족행위를 한 인물 400여명이 대상으로 물망에 올랐다.

이들 가운데 이완용, 송병준 등 대표적 친일파 11명이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 가졌던 땅만 440만평 가량 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친일파 31명이 가진 땅이 무려 1억 3천여평이나 된다고 추정하고 있어서 그만큼 조사위의 정밀한 조사활동이 기대된다.

특히 실효적인 환수작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친일파 후손이 친일재산 조사결정이 내려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헐값에 매각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럴 경우 현재 법률로써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복잡한 과거사가 담긴 재산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친일재산 소유자들의 저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환수작업은 과거사에 대한 복수와 응징이 아니라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고, 나은 미래로 나가기 위해 정의와 원칙을 바로 세우는 국민통합작업이다.

과거 불행했던 역사를 청산하는 마지막 작업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친일파 후손들의 진정한 참회와 함께 국민 모두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가 밑바탕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