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기관 최초의 여성수장 내정자에 거는 기대와 우려

2006-08-24     영광21
일반적으로 헌법재판소는 한 국가내에서 최고의 실정법 규범인 헌법에 관한 분쟁이나 의의를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특별재판소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 헌법재판소는 ①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② 탄핵의 심판 ③ 정당의 해산 심판 ④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⑤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담당하며(헌법 111조 1항),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대통령과 국회 및 대법원장이 각기 3인씩 선임하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장에 전효숙 재판관이 지명되었다. 여성 최초이면서 나이도 50대 중반이어서 그동안 경륜이 많은 남성 법관이 임명되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그야말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용훈 대법원장보다 고시 기수로 따져봤을 때, 무려 18기나 아래여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인사라고 하겠다.

사법기관의 첫 여성수장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흔치 않은 비서울대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진보성향의 인물이라는 점 등 여러모로 기존 관행을 깬 인선이라서 전효숙 내정자가 소수자의 권익에 앞장설 것이라는 기대가 벌써부터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전효숙 재판관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재판에서 항상 소수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의견을 내는 등 헌법재판소가 새로운 가치들을 적극 수용하도록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이다. 파격적인 인선인 만큼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파괴하기 쉽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반대측은 전효숙 내정자 인선을 이른바 코드인사라고 주장하며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한다.

그 반증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고시동기에다가 결정적일 때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에 유리한 의견을 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전효숙 내정자가 이끌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이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정치적 분쟁을 야기해 전체 국민의 불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전효숙 내정자가 이전에 보여준 법적 판단을 살펴보면 전혀 억지 주장은 아니다.

전효숙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각하하는 의견을 냈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다수 재판관이 서울을 수도로 보는 관습헌법을 인정한 데 반해 유일하게 반대를 했던 것도 반대자들이 코드인사의 결정적 증거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전의 사례만으로 앞으로의 행보를 획일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으로 경계해야 한다. 또 대통령과 이념적 성향이 비슷하다고 꼭 대통령에 유리한 결정만 내려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고 성급한 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우리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기능을 동시에 갖는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을 바꿀 때면 늘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법관 임명 때마다 보수냐 진보냐를 따지면서 한바탕씩 논란이 벌어지곤 한다.

모름지기 헌법재판소는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종적 사법기관이다. 그만큼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고 무게중심을 잘 잡아 그 시대이념과 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가뜩이나 갈등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지나친 편향성은 곤란하다. 이런 점에서 곧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가 전효숙 내정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증을 충분히 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