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 이젠 제 고향이고 안식처입니다”
김경임<염산면>
2006-08-24 박은정
어업인여성후계자인 김 씨는 광주토박이로써 나주 남평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광주에서 생활하다 지난 94년 염산으로 들어왔다.
“염산으로 오기 전에는 남편은 건설업을 했고 저는 직원들 뒷바라지를 하며 가정에서 지냈습니다”라며 말문을 연 김 씨는
“남편은 광주에서 사업을 하면서 친구에게 맡겨 염산에서 배 사업을 하게 됐지만 친구의 부실경영으로 직접관리를 하기 위해 아무연고 없는 이곳으로 오게 됐다”며 “바다하면 낭만적이고 멋있게만 생각했지 생선을 어떻게 잡는지, 그물을 어떻게 손질하는지 아무 것도 몰랐었다”고 부족했던 정착초기를 밝혔다.
처음에 김 씨는 남편을 따라 광주에서 출퇴근을 하며 일을 도왔다. 하지만 얼마 후 아주 염산으로 이사를 오게 됐고 이젠 터를 잡아 이곳 주민이 다 됐다. 김 씨의 남편은 선원을 두고 배 3척을 운항중이며 그는 남편이 잡아온 갖가지 생선들을 설도항에서 직접 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지금은 일정한 자리가 형성돼 맡은 자리에서 각자가 장사를 하지만 예전에는 자리가지고도 난리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타지에서 들어와 자리를 잡으려니 어찌나 텃세가 심했던지 처음에는 고생도 참 많이 했습니다”라는 김 씨.
어느덧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어촌아낙네가 다돼버린 그는 어렵고 힘든 인고의 세월을 인내로 이겨가며 안정적인 정착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있다. 건설 일만 하던 그의 남편도 해기사면허증을 취득해 배를 직접 운항하며 바다를 헤치는 중년의 바다사나이로 터전을 부지런히 일구고 있다.
지금은 금어기라 이들 부부가 쉬고 있지만 9월이 되면 또다시 남편은 바다로, 아내는 설도항 좌판으로 나가 시기별로 잡히는 여러 종류의 해산물을 팔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 씨는 “나라에서 금어기를 정해 참 다행입니다. 가뜩이나 어족자원이 고갈돼 어려움이 겪고 있는데 무분별한 어업활동은 결과적으로 모든 어민에게 큰 피해로 돌아오게 되니까요”라며
“농촌뿐만이 아니고 우리 어촌도 인력난이 심합니다. 또 떠도는 선원들의 선금착취 후 도주를 하는 등 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지요”라고 어촌의 실태를 밝혔다.
물량이 많아 대부분 법성 목포 신안 지도 등의 공판장으로 잡아온 고기를 출하하는 김 씨는 정확한 법규를 지키며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영업을 해 그를 찾는 단골고객이 제법 많은 편이다.
“예전과 달리 설도의 이미지나 경기가 좋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며 그물을 손질하는 남편을 돕기 위해 항으로 나가는 김 씨. 그는 제2의 고향에서 바다처럼 푸르른 뿌리를 건강하게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