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2006-08-31 영광21
럼즈펠드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오는 2009년 한국에 이양하겠다고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또 주한미군의 방위비도 양국이 동등하게 분담하자고 요구했다.
이를 놓고 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워싱턴이 한국정부의 자주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반도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전주곡을 연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작전권 이양은 지구촌 전략의 일환이며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과 안보공약은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신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에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이 한국에 대해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생화학무기와 미사일 전력을 감안할 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남아 있다던 입장을 견지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가능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우리 국민들은 얼른 납득할 수가 없어서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상황변화의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북한 군사력이 피폐해졌고, 다음으로 한국군의 전력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달리 해석하면 한국 스스로 방위를 책임질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이런 것을 모두 감안하면 미국이 무엇 때문에 우리가 희망하는 2012년보다 앞당겨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미국이 이렇게 서두는 것은 두 가지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첫번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가 바뀐 것이다. 냉전시대에 주한미군은 공산진영과 대립하는 첨병 역할을 했지만 21세기인 오늘날에는 그 효용가치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한반도 방위비 부담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전에 막대한 전쟁비용을 쏟아 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토의 안전을 위해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을 곁들여 지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미군의 해외 주둔비용을 줄이는 길이고 그 방편중 하나가 주한미군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넘기고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게다가 한국 정부도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을 원하고 있으니 굳이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 한반도 안보라는 짐을 스스로 짊어지라고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를 놓고 우리 내부에서는 정파적 이념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데 양측 모두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그것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시켜주었던 한반도의 전시작전권 문제를 놓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고 있는 반면 반세기가 넘도록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실리보다는 명분을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자주를 내세운 명분론과 안보현실론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선뜻 가세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렇다고 맡아야 할 짐을 뿌리칠 도리도 없다.
다만 국가안보라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성급함과 감정을 배제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지혜와 슬기를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