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잡아서 인정까지 함께 담아 팔아요"

박복이씨<백수> / 2각망·횟집

2006-09-14     영광21
"그냥 주는 것만이 아녀. 살다보면 다시 다 돌아온다니께" 애써 잡아온 것을 주변분들에게 나눠 줘 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말에 호쾌한 웃음과 함께 사람살이의 인정을 강조하는 박복이(47)씨.

"여기서 할아버지때부터 3대째 고기를 잡고 있어. 저 칠산바다가 우리 집안의 생명줄이제"라는 그는 칠산바다를 앞마당으로 두고 나고 자라, 지금은 어업활동을 해가는 백수읍 대신리 토박이중의 토박이다. 어린 그에게 걸어서 법성까지 통학길은 간단치만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병환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었고 각박한 서울살이에 어느 정도 안착을 했지만 마음 깊숙이 자리잡은 칠산바다와 대신리에 대한 여운은 불랙홀처럼 그의 발길을 다시 고향땅으로 빨아 들였다.

그는 마을앞 작은 돔배섬 부근에 쳐 놓은 함정그물의 일종인 2각망 그물을 하루에 한번씩 물질해 온다. 단 배가 노 젓던 뗏목에서 선외기로 바뀌었을 뿐 할아버지때 그 방식 그대로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그의 그물에는 돔, 숭어, 꽃게, 농어, 조기, 서대, 민어, 병어, 덕자 등 가지각색이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칠산바다가 준 작은 풍요를 기꺼이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요 때가 고기가 가장 많이 잡혀. 또 맛도 좋을 때고"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시기인 요즘 여름고기와 가을고기들이 함께 잡혀 양이 많고 벼가 익듯 고기도 살이 오르고 가장 맛있을 때란 설명을 덧붙인다.

그렇게 잡아온 활어들은 그의 횟집에서 손님들을 기다린다. 백수해안도로 초입에 문지기처럼 지켜 서있는 그의 횟집엔 '칠산바다에서 직접잡은 생선만 취급·판매합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뛴다.

지금의 아내와 함께 작은 포장마차로 시작해 어느덧 10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 교통편이 좋지 않은 마을위치에 장사는 될까하는 마음을 읽었던지 "칠산바다 고기가 맛있어. 그리고 직접 잡은 것을 싸게 파니까 오가며 손님들이 다들 오시더라고"라며 빠르게 말을 이었지만 그동안 그가 뿌린 인정이 손님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듯 했다.

70호였던 마을이 이제 반에 반토막으로 줄어버렸다. 외지인들이 마을 주변에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던 그는

"뭐 다른 것 있겠어. 칠산바다에 고기들이 다시 돌아오고 또 우리마을에 사람들이 돌아왔으면 하는 것이제"하고 바램을 내비추며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에게 아침물에 봐온 물고기를 수족관에서 꺼내어준다.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e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