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제수용 건어물, 싸게 많이 드려요"

건어물 판매 / 황순애씨<법성>

2006-09-28     영광21
"어서 오쑈. 아, 많이 드리께 한번 보고 가봐." 한가위 대목을 앞둔 법성 어시장이 사람들로 붐빈다. 좌판에 벌어진 건어물들을 향한 눈들, 또한 그 눈들을 놓치지 않으려 연신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목소리의 주인공 황순애(67)씨.

"저렇게 물어만 보고 실제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당께." 추석 차례상에 꼭 올려지는 제수용 건어물, 그 여느때 보다 허리춤에 단단히 묵어 맨 주머니가 바뻐야 하지만 좀처럼 물건 흥정조차 없는 시장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늙깍이 나이에 군대에 가버린 남편, 갓난아이와 맞은 세상의 벽은 간단치 만은 않았다. 거친 삶과 맞서나가기 위해 생선이 담긴 함석다라를 머리에 이고 어린아이는 등에 업고 한 마리의 생선이라도 더 팔아야 했다.

"지금은 차도 있고 길도 좋제, 일일이 걸어서 이시장 저시장 쫒아 댕겼당께" 그때 이고 다닌 생선다라 때문에 지금도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단다.

그렇게 시작한 생선장사와의 인연은 법성장이 서는 새벽시장통으로 또 4년전부터 지금의 법성항 어시장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예전 법성장이 서는 날이면 고기가 없어서 못팔았다니께, 특히 명절 대목 때는 요 돈보퉁이에 돈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였제." 얼굴 그늘에 잠시 묻어난 미소를 뒤로 하고 말을 잇는다.

"근디 애들 아부지가 아퍼서 수술을 8번 했고만." 어머니란 이름으로 보여준 억척스런 삶의 여정은 풍족하진 않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않고 살 정도의 여유를 줬다. 하지만 10여년전 갑작스레 찾아온 남편의 병고는 그녀의 삶을 쉽게만 놓아주지 않는 듯 했다.

장어, 서대, 장대, 병어, 민어, 박대, 농어, 홍어, 우럭, 고기알 등 좌판에 벌여진 건어물들이 잘 말려있다. "저것들이 모두 요 칠산바다에서 나온 것이여." 막 잡아온 고기들을 배에서 바로 구입해 집에 돌아간 밤이면 손질을 한다. 그리고 새벽 일찍 소금간을 한 다음 건어물 좌판에 올려 가을볕에 말려가며 손님들을 맡는다.

"처음 여기 자리잡을 때만해도 장사가 괜찮았는데…" 지금은 경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난데다 젊은 사람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며 세월 탓도 약간 내비춘다.

"다른 거 뭐 있겠어, 애들 아부지 빨리 낫고 가족들 모두 잘되고 또 이 장사나 잘 됐음 하는 것이제"라고 작지만 큰 맘 담긴 소망을 밝히는 그녀, 지금도 법성항 어시장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30여년 생선과 함께 해 온 삶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은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우리네 어머니를….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e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