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으로 고유음식 ‘멋’ 탄생시키는 명장
최윤자<우리음식연구가>
2006-10-04 박은정
혼례를 앞두고 어느 부모가 맡겼을 인사 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성을 쏟고 있는 최윤자(58)씨. 그는 자그마한 체구 그리고 안경너머의 고운 눈매가 한국여성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으며 주변의 떠들썩한 명성과는 달리 소박한 모습으로 손길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북 고창 흥덕이 고향인 그는 어린시절부터 그림이나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고 손재주가 좋았다고 한다. 종갓집 며느리인 친정어머니가 음식 만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그는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학과를 전공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음식을 만들고 연구하는 일에는 큰 뜻을 두지 않았다. 딸 다섯에 아들 한명을 두고 있는 그는 6남매의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최선을 다하며 가정에 묻혀 평범한 세월을 보냈다.
막내가 어느 정도 자랐을 무렵인 30대 후반, 그는 우연히 전통음식을 하나 둘 만들기 시작했고 잠재돼 있던 솜씨가 음식에 표현되며 그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최 씨는 “아기자기하게 무엇을 만들기는 좋아했지만 제가 이렇게 음식을 전문적으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라며 “음식은 눈으로도 먹고 맛으로도 먹는 만큼 만드는 원료에서부터 모양까지 연구와 정성이 들어갈 때 가장 맛있고 보기 좋은 음식이 탄생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연구해 전통적인 맛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음식에 담아 표현하는 그는 음식에 색을 내거나 재료를 이용함에 있어서도 채소 과일 등 자연적인 재료만을 고집하며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다른 이들이 만든 음식을 보고 배우기 위해 각종 음식문화축제에 출전한 최 씨는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지난 2001년에는 여성부에서 뽑는 신지식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6월 미국 뉴욕 UN빌딩에서 열린 ‘코리안푸드페스티발’에 후식메뉴 담당으로 참석해 수정과와 식혜를 선보여 높은 호응을 얻었다.
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 우리음식을 지도하고 있는 최 씨는 요즘 여기저기에서 밀려드는 강의 요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혼례음식을 비롯한 제사음식, 백일 돌 회갑 등 일생 동안의 상차림, 계절별로 조상을 모시는 시절상차림까지 우리 고유음식과 갖가지 상차림을 같이 연구하고 배우며 제대로 알리고 싶은데 생각처럼 여유롭지가 않네요”라며 바쁜 일상으로 인한 아쉬움을 밝힌 최 씨.
그는 휘엉청 떠오르는 보름달만큼 크고 넓은 포부를 안고 우리음식의 진정한 예술가로 ‘맛’있고 ‘멋’있는 꿈을 조심스럽게 이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