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 기다림 끝에 ‘새봄, 그 첫 만남’
대마출신 학생운동 장기수배자 유영업씨 7년만에 가족 상봉
2003-04-10 영광21
4일 한총련 학생운동 수배 학생과 그 가족들의 첫 공개 만남이 이뤄진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대마출신 유영업(29?97년 목포대 총학생회장)씨는 7년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새봄, 첫 만남'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와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4개 종단 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이 주선한 것으로, 한총련 수배자와 그 가족 100여명이 참석해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착하기만 하던 우리 아들이 주민등록도 말소된수배자라니. 함께 손잡고 이대로 집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아들 유영업씨를 보기위해 영광에서 올라간 어머니 이복순(62)씨는 "밤낮 아들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아들 손을 쥔채 놓지 않았다.
7년째 수배 생활 중인 아들 유영업씨는 "어머니의 환갑잔치도, 뇌수술을 받으신 아버지의 병문안도 가지 못해 혼자 속만 태워야 했다"며 어머니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수배 7년의 유영업씨는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 조카들을 부둥켜안고는 힘든 수배 생활에서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던 눈물을 끝내 참지 못했다.
7년의 수배 생활을 하는 동안 태어난 6살난 조카 얼굴을 처음 본다는 유씨는 "이런 아픔은 전국에 있는 176명이 똑같이 겪는 아픔"이라며 "올 4월 안에 반드시 이 문제가 해결돼 이런 아픔이 계속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수배자들과 그 가족들의 만남이 있던 날, 신변의 위험 속에서 수배자들이 별탈없이 도착할 수 있을지 가족들의 초조함과 긴장감, 그리고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팽팽했던 행사장은 곧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이날 수배자들은 그동안 근심과 걱정을 안겨주기만 했던 부모님들에게 오랜만에 노래와 율동을 준비해 재롱도 부려보았고, 가족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 보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주고 받았다.
유영업씨의 7살난 조카 박지영 어린이는 "삼촌의 컴퓨터 실력도 보고 싶고, 좋아하는 달리기 축구도 함께 해보고 싶다"며 삼촌을 도와달라고 대통령께 부탁하는 편지글 을 낭독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수배자 가족들의 탄원서를 받았으며 이를 청와대에 보내기로 했다.
수배자들과 가족들은 2시간여 동안의 공식행사와 1시간여 동안의 개별 상봉 시간을 가진 뒤 아쉬운 이별을 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째 창살없는 감옥에서 따뜻한 봄빛이 맘껏 누릴 수 있기를 기다리는 한총련 관련 정치 수배자들(4월4일 현재 176명).
정치 수배 7년째로 어느새 삼십의 나이가 된 아들의 큰 꿈과 포부는 누구에게 보상받느냐며 하루빨리 자유의 몸이 돼 그 꿈과 포부를 넓게 펼치기를 빈다는 수배 학생 어머니의 간절한 호소가 새 봄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