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험과 전통으로 빚어낸 우리술 명가
“어머니 손맛 그대로 전통 맛 보존”
2006-10-19 영광21
“할머니 안 계신가요.”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안에 있음에도 굳이 할머니만을 찾으며 막걸리 서너병을 사가지고 돌아가는 손님의 주문을 마다 않고 문밖까지 배웅을 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따뜻하다.
대마면 원흥리 장보마을에 위치한 대마주조장(대표 정덕진 박덕순). 형이 3년간 운영하던 주조장을 지난 92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정덕진 대표. 군대를 제대하고 주조장이 하향의 길을 걸을 때쯤 사업을 시작한 정 대표는 어머니가 예전 집에서 술을 담그시는 방법 그대로 술을 담갔지만 제맛을 못내며 고전을 겪게된다.
어머니가 사용하는 재료와 기술을 똑같이 해도 고유의 정통적인 맛을 못 찾아낸 그는 젊은 패기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며 운영이 힘들어지기만 했다.
“아무리 어머니가 만드시는 술맛을 내려해도 거듭 실패만 할뿐 종처럼 그 맛을 내기가 힘들었다”며 지난 어려움을 밝힌 정 대표는 “그후 보다못한 어머니가 옛날 방식 그대로 정성을 다해 술을 빚어 주셨고 그때부터 대마막걸리의 맛이 차츰 알려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안정을 이루게 된 사연을 밝혔다.
80세가 넘은 정 대표의 어머니는 18살에 시집와 시어머니에게 술 빚는 방법을 배우게 됐고 조금씩 술을 만들어 팔며 생활의 어려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금처럼 술을 숙성시킬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따로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닌 상황속에 방안에서 술을 숙성시키던 중 발생한 가스로 그곳에서 잠을 자던 당시 7살의 큰딸이 잃게 되고 그후 어머니는 술 빚는 일을 하지 않았다.
큰아들이 주조장을 운영할 때도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던 그가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술맛을 제대로 내지 못해 쩔쩔매는 막내아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다못해 직접 술을 만들게 된 것이다.
누룩을 직접 발효시키고 기계의 사용보다는 예전 전통기법 그대로 정성을 다해 빚은 술의 맛은 마셔본 이들의 입 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으며 그 명성이 점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대마주조장은 전남에서는 최초인 61년에 설립돼 영광지역에 대마막걸리란 이름을 꾸준히 심어왔다. 그 후 3~4명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그 동안은 정 대표의 어머니가 손수 빚은 막걸리의 맛을 그 누구도 내지 못했다.
정덕진 대표는 “어머니는 탁주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전혀 아끼지 않으신다”며 “이젠 나이가 제법 드셔서 예전처럼 힘든 일을 똑같이 하시지는 못하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술밥 등은 절대로 맡기지 않으시고 완성된 마지막 맛은 꼭 직접 보신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머니는 찾는 손님 누구에게나 탁주 1병이라도 덤으로 전하는 인심을 베풀어 어머니를 좋아하는 단골손님이 더 많다”며 “이와 같은 어머니의 솜씨와 인정이 지금의 대마막걸리가 널리 알려지게 된 가장 큰 이유다”고 덧붙여 밝혔다.
“우리 막걸리는 절대 독하게 만들지 않아, 일을 하다 몸이 지치고 힘들 때 목도 축이고 힘을 다시 내라고 마시는 게 막걸리지 먹고 쓰러지라고 만든 것은 아니잖아”라며 “술이 너무 독하면 몸도 버리고 큰일나”라고 어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는 이숙여 할머니.
이처럼 이윤을 남기기 위해 술을 만들지 않고 타고난 솜씨를 바탕으로 찾는 손님의 건강까지 염려하는 ‘정성’을 탁주 속에 담아내는 어머니의 비법을 배워가고 있는 정 대표와 그의 아내 박덕순씨. 이들은 아직 완벽하게 어머니의 깊은 손맛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욕심만을 앞세우던 초창기보다는 그 맛을 제법 닮아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그 맛이 알려지며 애호가들의 주문이 밀리고 있지만 정량만을 생산해 한정판매를 하고 있는 이곳은 자식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으로 최고의 우리술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정 대표는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의 막걸리 애용이 늘어감에 따른 보답으로 각 읍면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를 영상에 담아 마을 이장들에게 나눠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 주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유난히도 막걸리를 찾는 손님이 많은 대마주조장은 덩달아 기쁨이 넘쳐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