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칠산바다 점령자 '대하', 만선 희망"

대하잡이 / 전용길씨<홍농>

2006-10-19     영광21
대하는 바다속 세계에선 크기로 어디 명함 내밀 곳이 없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이름에서 풍기듯 꽤 '큰' 녀석이기도 하다. 바로 새우의 세계에선 말이다.

가을, 작지만 칠산바다 점령자로 군림하고 있는 대하 녀석들을 만나러 홍농 항월항을 찾았다. 큰길을 사이에 두고 약 30호의 가정집과 크고 작은 20여척의 고깃배들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다.

대하잡이 뒤끝, 5대양을 주름 잡는 고래 등 터트린 주인공답게 성질 한번 고약해 금방 죽으니 어부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어지럽게 뒤엉킨 그물 사이로 능숙하게 대하를 치러내는 손길의 주인공, 태종호 선주 전용길(62)씨.

"내가 바다생활만 거의 50여년이여." 열다섯부터 바다생활을 해왔다. 선대로부터 해온 가업이기도 하려니와 바다를 끼고 태어나 자란 환경은 자연스럽게 삶을 터전을 칠산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들이 크기는 이만해도 그 맛은 최고제." 대하는 소금구이가 제일이다. 프라이팬에 호일을 깔고 김장용 굵은 소금을 1cm 두께로 깐 다음 붉으스레 색이 올라올 때까지 익힌다. "머리는 따로 떼어 바삭바삭 할 때까지 구어 초고추장에 찍어먹어야 혀." 입안에 도는 군침은 아랑곳 않고 대하맛 자랑부터 앞선다.

왕새우라고도 불리우는 대하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서해와 발해만 등지의 한정된 수역에서만 분포하는 귀하신 몸이다. "요것이 암컷이여, 수컷보다 훨씬 크당께." 벌써 크기 차가 큰데다 수컷의 빨간색이 더 강해 암수구별이 금방이다. 대하의 산란은 5~6월경 영광 등지의 서해안 연안에서 이뤄지며 10월까지 성장하다 월동을 하기 위해 깊은 바다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대하잡이가 이뤄진다.

"밤낮이 따로 없당께." 평생 바다일을 업삼아 살아온 그이지만 대하잡이의 고단함을 한마디로 정리해 버린다. 저 멀리 깊은 바다로 내려가기 전 한마리라도 더 잡아야 한다. 보통 새벽 3시 안마도 연근해바다로 나간 태종호는 다시 오후 3시쯤 항으로 돌아온다. 그물에서 일일이 대하를 추려낸 후 그물을 정리하고 나면 밤 10~11시를 넘기기가 일수이다.

두어시간 쪽잠을 자고 다시 바다로 나아간다. "대하가 그물에 주렁주렁 올라오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 새벽 여명 빛에 반사돼 올라오는 황금색의 대하가 온통 그물을 장식하면 어느덧 피로가 싹 달아난다.

항월항은 분주하다. 그 분주함 속엔 칠산바다가 전해준 대하 만선의 희망도 가득하다. "올 가을 대하잡이가 모두 잘돼야 제." 짧지만 큰 희망, 그 희망이 영글어 가는 한 가운데 그가 있다.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e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