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핵폐기장 연계결정 '분노·허탈'

이낙연 의원 국회에서 "연계 안된다" 강력 제기

2003-04-17     김광훈
정부가 15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결과 핵폐기장(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부지선정과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연계해서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국책사업의 일관성없는 추진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영광군과 전남도가 뒤늦게 의욕적으로 양성자가속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당초 방침과 달리 핵폐기장과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정부 당국이 나서 연계시키는 것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국가적 과제인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더이상 늦춰선 안된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대표들이 합의해 부지선정을 신청하면 양성자 가속기 사업유치에 특별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국무위원들의 합의가 있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15일 연계추진 결정
이에 따라 정부는 양성자 가속기 적격지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는 과학기술부가 일정 기간 결과발표를 연기하고, 산업자원부와 협의해서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와 양성자 가속기 유치 지역을 동시에 결정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양성자가속기 개발사업의 실무부서인 과학기술부 사업유치기관 선정평가위원회(위원장 김제완)는 15일 저녁 "본 사업의 유치기관 선정이 연기된 것에 대해 신청기관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선정평가위의 입장을 영광군에 전달했다.

선정평가위는 이와 함께 "그동안 선정평가위는 규정된 절차에 따라 선정평가를 성실하게 마치고, 결과 취합 및 의결만을 남긴 상태였다"며 "국무회의에서 과기부가 추진하고 있는 양성자가속기 사업과 산자부의 방폐물 사업간 연관이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결정을)3개월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정부방침의 부당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양성자 선정평가위 "유치기관에 사과"
이 같은 정부방침이 알려지자 지역내 핵폐기장 반대 영광군민비상대책위(공동의장 편봉식)는 16일 즉각 성명을 발표 "핵폐기장과 양성자가속기 사업 연계 방침을 절대 반대한다"며 "(연관시 신청 자체를 철회하겠다는 언급대로)영광군은 군민과의 약속대로 양성자가속기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히는 등 분노를 표시했다.

핵폐기장 비대위는 성명에서 "15일 발표된 정부의 '핵폐기장 부지선정과 양성자 가속기 사업 연계' 방침보도를 접한 영광군민은 소위 국책사업과 국가전략사업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없고 즉흥적인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며 "과학적 안전성과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하는 핵폐기장 문제에 국가전략 산업이라고 자랑해온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끼워넣기식으로 팔아먹는 노무현정부의 방침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한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과 핵폐기장 비대위 관계자들의 이목은 의욕적으로 양성자가속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영광군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양성자가속기 사업유치를 위해 핵폐기장 문제까지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취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일기 때문이다.

김 군수, 입장 명확·횡보는 넓게 사고
그러나 16일 오후 취재 결과 김봉열 군수의 핵폐기장에 대한 입장은 명확한 것으로 재확인됐다.

김봉열 군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핵폐기장 문제는 이미 언급한 것(양성자가속기 사업유치와 연계시)과 같이 명확하다"며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재차 천명한 것이다. 이와 함께 김 군수는 "신청 철회는 우리가 안 가지고 오겠다는 데 무슨 필요가 있겠냐"며 "핵폐기장에 대한 문제는 명확하기 때문에 철회하고는 아무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낙연 의원도 16일 열린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산자부 장관을 상대로 이에 대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의원측은 "오늘 열린 산자위 회의에서 장관을 상대로 '연계는 안된다'며 양사업들의 공통분모는 영광인데 특정지역을 이미 정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에 보상은 커녕 덤태기를 쓰라는 것밖에 안된다고 항의하는 등 공식질의도 갖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요 국책사업이 당초 공고와 달리 선정방법이 바뀜에 따라 양성자가속기사업에 유치를 신청했던 자치단체 및 기관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