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애 / 백수

2006-10-26     영광21
백수읍 천마리 신상마을에 살고 있는 이미애(47)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장종기씨를 34세에 만나 늦은 결혼을 했다.

남편의 고향인 백수에는 늙으신 어머니와 장애1급인 시숙(67)이 살고 있었다. 이 씨 부부는 어머니를 모시고자 백수로 내려 왔다. 11남매의 막내며느리로 시집온 이 씨는 너무 힘든 가난 때문에 신혼 때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갖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들로 나가 남의 일을 하기 시작해 유리온실에서 7년 동안 일을 했으며 지금은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먹고 사는데 급급해 임신시기를 놓친 이 씨는 영영 아이를 갖지 못해 아이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으니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된 이 씨. 이때부터 병마와 싸우는 남편을 수발하고 많은 병원비로 인해 형편은 더욱 어려워져 생계의 책임을 고스란히 이 씨가 떠맡게 됐다.

“정말 모든 걸 버리고 그냥 죽고 싶었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마을 이장님을 비롯해 여러 어르신들이 용기와 격려를 줬고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웃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밑거름이 돼 이겨낸 것 같아요”라며 눈가에 눈물을 훔치는 이 씨는 “그 어려웠던 시절을 슬기롭게 보낸 내 자신도 대견하고 그 고통스런 병원생활을 잘 극복한 남편에게도 감사합니다”라고 어둠의 긴 터널을 보낸 소감을 밝혔다.

이 씨의 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며 걸음을 걷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이다. 일어설 수가 없는 시숙은 두 손에 신발을 끼워 기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이다. 이런 시숙을 12년 동안 돌보고 있는 이 씨는 마음 편하게 성심을 다해 정성을 쏟아 모시고 있어 인근에 칭찬이 자자하다.

“주위에서 시설에 모시라고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어떻게 보낼 수가 있습니까. 시아주버님이 아니라 아버님 같아요. 나를 예뻐해 주고 챙겨주는 그 분을 내가 끝까지 보살펴줘야 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라고 곱디고운 마음을 밝혔다.

이웃 주민 강도순씨는 “요즘에 저런 사람 없습니다. 가정에 충실하고 남편과 시아주버님의 뜻을 다 받들며 성실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이 씨는 인간 천사입니다. 정말 복 받을 사람입니다”라고 옆에서 지켜보는 이 씨의 심성을 밝혔다.

남편의 병이 발병 된지가 8년에 이르고 있다. 몸이 성치 않은 두 남자를 섬기며 보살피고 있는 이 씨의 인간다움이 이기심으로 가득 찬 현실에 반성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이 씨의 남편이 하루 빨리 회복되고 완쾌돼 이 씨의 가정에 사랑과 축복이 기득하길 기원한다.

박순희 객원기자 bsh784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