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은 내 인생과 노후 책임지는 요양원과 같은 곳이여"
진실한 농심바탕으로 최고 과일 생산하는 ‘배 재배" 손승채씨
2006-11-09 박은정
그를 따라간 곳엔 바람과 새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파란색 그물망이 안정되게 둘레를 보호하고 있었다.
“올해는 날씨가 가물어 배 수확이 별로 안좋아. 해마다 농사가 잘 지어졌는데 첨일이랑께." 그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넋두리를 들으며 둘러본 배 밭에는 거의 수확이 끝나고 몇 개의 배들만이 주인을 반겼다.
대마면 홍교리 중흥마을에서 13년째 배농사를 짓고 있는 손 씨는 나주 봉황사람이다. 서울에서 건재상을 운영하며 한때 사업의 호황을 누렸던 그는 경기침체, 업체 수의 증가 등으로 사업이 기울자 집안 동서의 소개로 영광으로 내려와 과수원을 일구기 시작했다.
손 씨는 6,000평의 넓은 땅에 배나무를 심어 정성을 다해 가꾸며 많은 양의 배를 생산해 수확의 보람을 찾아갔다. 영광에서 고창을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그의 과수원은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과수원 일부가 도로로 포함돼 현재는 2,000여평의 밭에서만 배를 재배하고 있다.
“사업도 잘 안되고 노후대책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내려왔는디, 고생만 하고 일구덩이에 파묻혀 산당께??라며 거칠어진 손으로 드문드문 열려있는 배를 가리키는 그. "처음 서울서 내려와서는 우선 살집이 없어 하우스에서 생활하면서 고생도 많이했제"라며 정착초기의 어려움을 전했다.
영광군배협의회 ‘옥당골황토배"라는 이름으로 배를 생산하고 있는 박 씨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청과도매시장에 출하를 하고 남은 배 일부는 저장고에 보관해 설 대목을 보고 있다.
또 별 이상은 없으나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배를 모아 직접 장비를 갖추고 배즙을 짜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논농사 10,000여평과 2,000여평에서 대파를 재배하고 있는 그는 30여두의 한우도 함께 사육하고 있다.
“우리집 배는 당도가 높고 수분이 많아 한번 먹어본 사람은 또 찾아와 사간당게."내심 생산한 배에 대한 자부심을 밝히는 박 씨는 비탈진 곳에 위치한 지형적인 특징으로 물빠짐이 좋은 장점을 바탕으로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토양관리 또한 한우사육에서 얻어진 분뇨로 관리를 해 땅이 비옥하고 기름져 그가 말하는 "맛있는 배"를 생산하고 있다.
비록 올해는 기후에 영향으로 배의 생산이 많이 줄었지만 가지런히 정돈돼 자라는 배나무들은 주인장의 아낌없는 사랑으로 건강함이 돋보였다. 가을 수확을 마친 볏단이 하우스속에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이 아마도 기르는 소들의 겨울 먹이인듯 싶다.
논에서 수확한 벼는 소가, 벼를 먹고 자라는 소의 분비물은 다시 배가 영양분으로 흡수하며 가장 자연적인 순환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박 씨. “장암산 자락에서 재배한 도라지랑 수세미랑 넣어서 짠 우리 배즙 좀 많이 홍보해 주시오"라며 순박한 본심을 전하는 그가 왠지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