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알량한 정계개편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06-11-16 영광21
백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의욕적으로 출범하여 집권당이 된 열린우리당의 생일잔치임을 감안하면 요란을 떨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예정되었던 등반대회마저 취소하였다니 당이 처한 형편과 사정이 어쩐지 가히 짐작이 간다.
창당 기념사에서 당의장이 아무 거리낌없이 정치세력 재편을 거론할 정도이니 초상집 분위기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3년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를 앞세우고 사뭇 당당하게 출범했다. 그런 정당의 창당 주역들이 겨우 3년만에 스스로 문을 닫자고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니 그저 딱할 뿐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쯤 되고 보면 당을 다시 한번 추스르자는 목소리가 나와야 당연한데 당내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온통 신당창당이나 정계개편뿐이니 더욱 한심할 따름이다.
하기야 열린우리당이 처한 지금의 입장을 보면 이해되는 측면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17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정도로 하늘 높이 치솟았던 지지율이 지금은 겨우 두자리수를 유지하기에 급급할 정도로 추락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당내에 뚜렷한 대선주자라도 있다면 희망이 있을 텐데 이마저 눈에 띄지 않으니 그 심정이 오죽이나 답답하겠는가.
지금 상황으로 봐서 머잖아 당의 간판을 내리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판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앞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당이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치 결사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집권을 위해 새로운 판을 짜려고 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경우는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민주당을 뛰쳐나온 사람들이 만든 정당이다. 그런 정당이 스스로 허물었던 구도를 복원하겠다면 거기에 걸맞는 이유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야 되는데 그것이 분명치 않다.
기껏 이유라고 내세우는 것을 보면 반한나라당이니 평화세력이니 하는 어정쩡하고 궁색한 표현의 일색이어서 가관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솟았던 지지율이 날개가 꺾인 듯 추락했다면 그 원인을 분석해 대안을 마련하는 게 올바른 수순인데도 이러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말로는 민생과 국가안보가 어려운 지경을 맞고 있다고 하면서도 모든 신경은 대선에 대비한 정계개편에만 쏠려 있다. 이러다보니 국민의 공감을 얻기가 힘든 것이다.
기실 열린우리당이 당면한 처지는 자업자득이다. 자신들이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이 그냥 변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 결과를 낳은 것이다. 국민들이 재ㆍ보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참담한 패배를 안겨주면서 심한 채찍질을 하였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다니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지금이라도 열린우리당은 초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새정치와 정치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나섰으면 그 길이 제 아무리 어렵더라도 헤치고 나가야 한다. 대선까지는 아직도 1년이란 기간이 남아 있다. 그동안 국민을 힘들게 했거나 불편하게 했다면 고치고 바로잡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집권당이 1회용 정당이 되거나 권력을 따라 반짝하다 사라지는 정당이 되는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알량한 정계개편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