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직접가공, 판매 시스템 갖춰 옛 영화 되찾아야”
계마어촌계 / 이판복 어촌계장
2006-11-16 영광21
하지만 이런 계절적 을씨년스러움을 훈훈한 사람내음으로 메워주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계마어촌계 어민회관이다.
“이곳 어민회관은 각종 동네 경조사 장소 또는 헬스기구와 탁구시설 등 운동장소로 어민들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차가운 날씨를 훈훈한 인상으로 녹이는 이판복(52)씨. 그는 직접 어업을 하고 있는 어민이자 50여명의 자율관리공동체 회원들과 100여명의 어촌계원들을 이끌고 있는 계마어촌계장이다.
“계마어촌계 주축은 계마항을 근거지로 두고 있는 어선어업인들입니다.” 현재 계마항에는 크고 작은 어선 60여척이 활동중에 있다. 이들은 황금어장 칠산바다에서 철따라 쭈꾸미, 쏙, 중하, 대하, 꽃게, 각종 생선 등을 잡아 올린다.
하지만 한해의 성과를 갈무리할 요즘 계마어민들의 시름은 깊다. “주 소득어종인 꽃게는 타지역 대형어선들이 그물 칠 장소를 선점해 버려 정작 지역어민들은 별재미를 못 봤죠.”
계마어선들의 10배에 이르는 어구들을 잔뜩 싣고 인천, 충청 등지에서 온 타지역 어선들의 무차별적인 어로활동은 7, 8월 금어기 해제만 기다려온 지역어민들에게 큰 형벌이었다. 거기에 더해 가을철 시원찮았던 대하잡이는 겨울을 재촉하는 날씨의 체감온도를 더욱 낮게 하고있다.
“자율관리라는 이름으로 지역어민들은 작은고기 안 잡기, 폐어구 수거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타지역 배들이 씨까지 싹쓸이 하고 폐어구를 방치해 바다환경 파괴를 일삼고 있죠.” 계속되는 타지역 대형어선의 횡포는 지역어민들의 분노를 넘어 자율관리가 필요한지 또는 어장활동을 계속해야하는지 등의 자조섞인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계마어민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월 바다청소 등 그 단합된 활동만큼은 그 어느 지역보다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그. 하지만 바다자원 고갈, 남획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어장환경은 어민들의 생존권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하고 이는 단합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단다.
이러한 계마항에도 봄바람이 불던 때가 있었다. “예전엔 멀리 나가지 않고도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이 잡았죠.” 70, 80년대 이야기이다. 하지만 옛 추억속의 영화로만 끝나고 싶진 않단다.
“잡은 어획물들을 직접 가공,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우리 어민들이 시장상황에 맞게 출하시기를 조절한다면 새로운 소득원이 창출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계마에서 태어나 단 한번도 계마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20년 베테랑 어부인 그, 향후 계마어촌계 발전 밑그림을 밝히며 좁다란 계마항 진입로 확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김광훈 수산전문기자 mindlre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