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 셋

2006-11-16     영광21
하나
요즘에는 기념하는 날이 많지만 특별하게 나와 상관없으면 무슨 날인지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11월11일은 일명 '빼빼로데이'이다. 빼빼로의 기다란 생김새에 따라 누군가가 만들어낸 날일 것이다.

별다른 의미를 갖는 날이 아님에도 아이들은 포장된 수천원짜리의 빼빼로를 주고받느라 야단들이다. 올해는 토요휴무일과 겹치는 바람에 하루 앞당겨 10일에 그 일들을 기어이 치루는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빼빼로데이를 통해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아이들에게 특정회사의 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에 이용되지 말자는 내용으로 가르쳐 보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무슨 의미 타령이냐며 그냥 즐거우면 된다는 식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그렇기도 하다. 아이들은 즐거운데…….


물질들이 풍족한 세상이며 아이들은 손쉽게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교실바닥에 지우개나 연필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 쓰는 아이가 드물며 체육복이 운동장가에 놓여있어 찾아가라고 몇번이나 교내방송을 해도 끝내 주인이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물건을 하찮게 여기는 풍조는 넘쳐나지만 돈에 대한 계산은 참 빠르다. 간단한 청소나 심부름 하나 시키면 "얼마 주실 거냐?" "무엇 사주실 거예요?"라며 묻는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심부름 해 줘서 참 고맙다"는 말 뒤에 "세상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도 많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큰소리로 한 녀석을 불러보지만 운동에 푹 빠져 있어서 도무지 알아듣지 못한다. 이름을 부르면서도 내 눈길은 뛰노는 아이들의 발에 있었다.

비온 뒤 부드러워진 운동장 흙 밭에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랬냐?"고 타이르듯 물었더니 그냥 갈아 신기 싫었단다.

껌을 씹고 버리는 습관도 비슷하다. 종이에 싸서 버리면 문제가 없겠는데 바닥이며 화장실 변기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선생님들이 바닥의 껌을 뜯어내는 행동으로 실내에서는 껌 씹기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해도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는 것이 어렵다. 어렵기도 하며 힘에 부칠 때가 있지만 마음이 곱고 바른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희망을 말하곤 한다.

황인홍 교사<백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