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수출대국인데 국민은 하층민

2006-12-07     영광21
산업자원부는 12월5일 수출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64년 1억 달러를 돌파한 이래 42년만이다. 수출 3,000억달러 달성은 세계에서 11번째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수출대국으로 올라서게 된 것으로 새로운 금자탑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우리 수출은 양적인 측면에서 각종 신기록을 양산했다. 1인당 수출액 기준으로는 이미 작년부터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2004년에 2,000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최단 기간만에 3,000억달러 고지에 올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리고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200억 달러를 넘게 수출한 품목들이 작년에는 반도체, 철강, 무선통신기기 등 세개였는데 금년에는 선박과 석유제품이 더해져 다섯개로 늘어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또 산업자원부가 세계 일류상품으로 꼽고 있는 품목들의 수도 2004년의 216개에서 올 상반기에는 644개로 늘어난 점을 보더라도 우리 수출품목들이 점점 다변화되고 있음을 잘 알게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어려운 때에 수출이 유일하게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지난해에도 우리 경제는 성장면에서 70%를 수출에 의지했었지만 올해에는 그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요한 일이긴 해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경제발전이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한다는 것은 사회의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올해 이루어낸 수출의 성과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유가와 원화강세 그리고 엔화의 상대적 약세라는 매우 어려운 3중고의 대외여건 속에서 올린 개가이기에 더욱 빛이 난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경제 전문가들조차도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우리 수출이 이처럼 활력을 보일 것으로는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수출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계속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나 많다. 우선 우리 수출의 중요한 시장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과의 FTA를 비롯한 EU, 중국, 일본 등 우리의 주요 교역 대상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들을 잘 타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수출저변을 넓혀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유망 중소기업들의 실력을 키우고 반도체,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성장 품목을 찾아내는 일도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우리나라가 수출액 3,000억달러를 돌파하여 세계 11위의 수출대국이 된 일은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성과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자칫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오늘의 성과가 있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땀을 흘린 다수의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나라는 대국이 되었다는데 국민들은 스스로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나라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묵묵히 일을 한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가 성장한 만큼 자신도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야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나은 국가의 번영은 있을 수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나오지 않으면 수출대국이라는 단어는 국민들에게 '상대적 소외감'만 더욱 커지게 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