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경영을 도려내야만 공기업을 살릴 수 있다

2006-12-21     영광21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정부투자기관 경영실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여기저기에서 방만한 경영과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회사 돈을 특혜 대출하고, 선심성 해외출장에 직원 자녀 입사 우대 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가 하면, 단지 노조와 합의했다는 명분만으로 경영실적과 관계없이 임금을 과다하게 올리기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꼴불견을 연출했다.

공사수주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받는 뇌물과 회사 물품 유용이 횡행하고 업무추진비 과다 편성과 인사청탁에 따른 뒷돈 거래 등도 끊이지 않고 적발되는 공기업 평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였다. 한마디로 각종 편법과 비리가 무서울 것 없이 제멋대로 날뛰었다고 할 지경이다.

경영진이라는 사람들 역시 업무성과를 턱없이 부풀려 뻥튀기하거나 자체 수입보다는 정부 재정 의존도를 높이려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 경영진으로서는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한 먼 훗날의 어설픈 장밋빛 기업전망을 내놓았다가 개망신을 당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조직 내부에서 견제와 감시역할을 해야 할 감사와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이 결여돼 고급 간부들이 비용만 축내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는 사실이다. 공기업 감사와 이사 자리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또는 퇴직공무원의 노후 일자리로 메워진 데 따른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내세운 '일 잘하고 효율적인 공기업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평가 결과이다. 해마다 실시되는 정부 공기관 평가에서 이와 유사한 지적이 되풀이되자 방만한 공기업 경영은 이제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기업은 이윤추구를 기업의 최대 목표로 삼는 민간기업과는 그 성격이 사뭇 다르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업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고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 기강이 잘 잡히고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져야 나라 전체의 기틀도 튼튼하게 잘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설립 목적에 공익성을 강조한 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내부의 비효율을 도려내지 않아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면 마땅히 질타를 받아야 한다. 방만한 경영에 따른 고통과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인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국민적 질타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요즈음 일반인의 불안전한 직장 생활을 빗대어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이라는 유행어가 난무할 정도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대통령선거가 있는 내년은 우리나라 경기가 불투명하고 취업난은 더욱 심각하게 가중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다시 한번 더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모두가 선망하고 있는 평생직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공기업 임직원들은 그에 걸맞는 주인의식과 책임 그리고 절제가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자리 걱정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줄타기하듯 보내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저지른 허튼짓에 대한 각고의 자기반성과 참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