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세상에 봄을 알리는 난

백용인의 난(蘭)과의 만남 ⑭ - 한국춘란

2006-12-21     영광21
모든 식물은 꽃을 피운다. 꽃은 빨강, 노랑, 보라색 등 가지각색의 색깔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색 가운데에서도 녹색으로 피는 꽃은 매우 드물다. 녹색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며 자연처럼 포근하고 적의가 없는 색이다. 그래서 녹색의 보색인 비취색도 사람에게 더 귀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이 비취의 녹색으로 꽃 피우는 것이 바로 보춘화(報春花)라 불리는 한국춘란(韓國春蘭)이다. 보춘화는 봄을 알리는 꽃이라고 이름 붙여졌듯이 3월부터 4월까지 자생지에서 녹색으로 꽃을 피운다.

보춘화가 자생하는 지역에서는 꿩밥, 개란, 산난초, 아가다래, 여다래 등으로 불려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 난과식물은 난이면서 향기가 약하기 때문에 개란이라 불리고 꿩이 꽃을 따먹기 때문에 꿩밥, '산에 난다'하여 산난초라 붙여진 이름들이다.

우리나라는 전남·북과 경남·북, 충청도 일부, 동해안의 울릉도와 서해안의 백령도에까지 춘란이 분포해 왔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금은 충북 내륙에까지 그 자생지가 넓혀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보춘화 가운데서 희귀한 품종을 골라 재배를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으로 그 전에는 우리 보춘화의 우수성을 알지 못하고 중국의 보세란이나 혜란, 한란을 비롯해 서양란들을 즐겨 길렀다.

중국과 일본에는 이미 수백년 전부터 난을 재배해 왔고 좋은 품종을 골라 원예화해서 명감(明鑑)이라는 난초의 족보를 만들었다. 이제 우리 보춘화도 돌연변이 품종중에서 기르기 쉽고 보기 좋은 품종을 고르는 원예화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의 보춘화는 중국 춘란, 일본 춘란과 같은 성질로 잎이 늘 푸른 상록성으로서 잎에 변이가 일어나 잎무늬를 보는 엽예품(葉藝品), 그리고 꽃에 변이가 일어나 보통의 보춘화와 틀린 색이거나 형태가 틀리는 따위로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화예품으로 나뉜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 춘란은 향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주도의 한란 자생지에서 나오는 춘란 가운데 중국 춘란처럼 신비한 향이 있는 유향종(有香種)이 나왔다. 해남과 진도에서는 꽃대 1개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린 일경구화(一莖九花)와 같은 난이 발견돼 배양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산에서 자라던 난들을 희귀하고 배양하기 쉽고 보기에 미적 감각을 주는 품종인 원예성을 찾아서 배양되고 번식이 된 뒤에 이름을 붙여 주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 작업을 명명(命名)이라 하는데 명품으로 등록된 난은 그 가격이 수천만 원대에 달하기도 하지만 소장가의 이름을 만대에 전하게 되는 영예도 얻게 된다.

이런 보춘화가 우리 영광의 산야에 많이 분포해 있는 것도 신이 주신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