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은공이 자손대대로 ‘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

조화순<홍농읍>

2007-01-04     박은정
“‘덕필유린(德必有隣) 도불추지(道不墜地)’ 덕에는 반드시 이웃이 있고 도리는 절대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영광지역 서당교육의 산실 덕림정사(德林精舍)의 지수 이학용 선생이 본사를 위해 써준 글이다. 이글은 덕림정사 입구 입덕문에 씌여진 글이기도 하다.

홍농의 조산(祖山)이라 불리는 덕림산 기슭에 자리한 덕림정사에서 이학용 선생을 모시고 있는 조화순(51)씨. 그는 한학의 전통을 4대째 이어오고 있는 서예대가의 6남4녀의 막내며으리로써 가문의 명문을 이어오며 깊은 효심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전북 고창 성송면에서 중매로 현재 홍농에서 긍당서예학원을 운영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해 26년째 시부모를 모시며 덕림정사를 함께 지켜가고 있다. 한학자로 그리고 지역 서예계의 큰 어른으로서 선비의 기품이 넘치던 그의 시아버지인 이학용 선생도 긴 세월 앞에 무너져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또 시어머니도 80세가 돼 자식들의 뒷바라지에 의존하며 황혼을 이어가고 있다.

“집안의 대를 이어 덕림정사를 지키고 서예학원을 운영하는 남편을 도우며 생활하면서 가문의 전통을 잇는다는 책임과 자부심이 간혹 다가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게 했다”며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는 조 씨는 “하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학비조차 받지 않고 후학을 가르쳐온 시아버지와 대를 이어 한학과 서예를 지도해온 남편에게는 청렴을 지키는 학자들의 가난이 삶을 항상 편안하게만 하지 않았다”고 감춰진 현실을 토로했다.

조 씨가 생활하고 있는 이곳은 전국 전석문(全石文)의 대가로 종가 생활문화 체험관광, 전통 서당교육, 가족 가훈쓰기 등 서도(書道)를 배우고 익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은 희망은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부족해 고가로 산야에 묻혀있다. 정사를 보수해 전통예절교육과 인성교육의 장으로 꾸준히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실천이 쉽지만은 안은 듯싶다.

남편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20년 전부터 표구제작을 하고 있는 조 씨는 요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병원에서 간병사 일을 맡고 있는 것. 2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선에 나오면서도 시부모와 남편 자녀들에 대한 뒷바라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시부모가 주신 사랑이 고맙기만 하다”는 그는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예전처럼 연로한 시부모와 남편을 잘 챙겨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눈물을 훔친다. 시가의 엄격한 가풍속에 묻혀 남모를 마음고생이 많았을 조 씨는 타고난 효심을 새해에도 변함없이 잇고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