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그리고 나눔으로 황혼 채우는 자고 아담한 공동장

경로당 탐방 66 백암경로당 <백수>

2007-01-04     영광21
겨울답지 않은 포근함이 지난해 12월 내내 이어지며 이대로 절기를 넘어가나 싶더니 역시 동장군은 기세등등하게 위험을 보이고 있다. 바닷가라 유난히도 바람이 차가운 백수읍 백암1구 가재마을. 전국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길 100선 중에서도 아홉번째를 차지할 만큼 운치와 절경이 일색인 도로를 가슴에 안듯 자리한 백암경로당(회장 장해룡 사진).

위치를 몰라 몇 번을 지나쳐 다시 찾은 이곳은 약간 언덕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추운데 고생들 많이 했어요”라며 눈보라가 몰아치며 몸을 움츠리게 하는 날씨속에서도 길을 몰라 헤맨 우리일행의 마중을 나온 경로당의 회장을 맡고 있는 장해룡(80) 어르신의 곱은 손짓에 따뜻함이 전해진다.

건물도 조립식으로 지어져 많이 노화돼 있었고 여느 경로당과 다르게 외관상 꾸며진 것도, 경로당을 알리는 명패조차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의 방문이 낯설고 의아했지만 그래도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서 마주한 어르신들의 환한 반가움이 마음을 가라안치고 편안하게 했다.

“경로당이 위치한 우리 마을은 지형이 가재모양을 하고 있어 ‘가재골’이라고 불리고 이곳 경로당은 주변 자연마을인 순화골 대리골 노인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는 장해룡 회장은 “농토가 적고 어업이 주업인 이곳은 모두 나이가 들어 활동을 할 수 없어 1년 내내 자주 모여 정을 나누고 있다”며 “이곳은 요즘이 굴을 채취하는 철이라 날씨만 좋으면 아녀자들이 바다로 나가 굴을 채취하느라 바쁘다”고 농한기를 맞은 이웃 마을과 다른 특징을 설명했다.

예전부터 어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이곳은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과 원전 온배수의 영향 등으로 어장이 거의 폐쇄돼 일손을 거의 놓은 상태다. 그래도 이때쯤이면 바닷물이 선사해준 자연산 석화가 제법 많이 채취돼 어르신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경로당 총무를 맡고 있는 강만수 어르신은 “1997년 읍사무소의 지원으로 건립된 이곳은 경로당 신축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부지선정에 따른 애로사항과 자금마련 등에 따른 이유로 미루고 있다”며 “정부에서 조금씩 지원되는 자금만으로 운영되다보니 비로 넘치는 풍족함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노인들은 이만큼에도 늘 감사하며 큰 욕심없이 서로간에 정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외모는 볼품없고 초라했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조금씩 모아 장만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풍류를 즐기고 십시일반 거둔 식량과 반찬으로 차려진 인정 넘치는 밥상으로 덕담을 나누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노년을 채워가고 있다.

어르신들이 보여준 ‘물질이 넘쳐야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는 진리가 우리들의 사심으로 가득찬 마음을 비우게 한다.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