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결실과 값진 인생 얻기 위해 노력해야죠”
황조연<법성면>
2007-01-11 박은정
때론 거센 파도가 몰아치며 성을 내기도 하지만 끝없는 넓음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둥그렇게 에워싼 포구가 아담하고 아름다운 법성포. 겨울바람을 맞으며 엮어진 굴비가 명절이 가까이 다가옴을 가늠하게 한다.
법성포에서 공음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약간 마을쪽으로 들어간 위치에 자리한 다송굴비유통. 이곳에 안주인인 황조연(33)씨도 거래처 납품을 위한 준비로 정신이 없다.
늘씬한 키에 어깨를 닿을 듯 생머리를 한 모습이 미시아줌마로 젊음이 넘친다. 언듯 보기에는 여느 주부처럼 평범해 보이는 그지만 외모로 비춰지는 모습보다 내공이 쌓인 야무짐이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미혼시절 농협에서 근무하던 황 씨는 같은 농협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래도 비교적 안정적이다는 직업을 가졌던 이들 부부는 남편은 결혼을 하기전, 부인은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했다.
그것도 까다로운 화훼농사를. 남편이야 남성으로서 과감할 수 있지만 부인인 황 씨 또한 남편의 뜻을 따라 함께 농사를 지으며 부농의 꿈을 키웠던 것. 3년 동안의 농사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자 둘다 법성출신인 이들 부부는 굴비장사로 사업을 전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처음에는 조그맣게 시작된 사업이 하나둘 확장돼 이젠 그 규모가 대단하다. 게다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있는 대형 농협하나로마트에 매장을 두고 굴비를 직접 판매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큰 테두리는 남편이 다 알아서 하지만 그 외의 안살림과 직원들의 관리는 아내인 황 씨가 도맡아하고 있다. 거래처가 늘어감에 황 씨가 챙겨야 할 부분이 많고 복잡하지만 일 하나하나에 소홀함 없이 당차게 해쳐나가고 있다.
마침 주말을 맞아 찾아온 황 씨의 시누이들은 “우리 올케 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젊은 사람답지 않게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해 일을 꼼꼼하고 야무지게 처리하며 어떤 일이든지 긍정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제일 예쁩니다”라며 “고정매장을 두고 있어 1년내내 쉴틈이 없음에도 함께 일하는 식구들의 식사며 잔심부름까지 싫은 내색없이 척척 해내고 있어 혼자 몇 사람 몫은 해내고 있죠”라고 황 씨를 표현했다.
시누이들의 칭찬이 부끄러워 어쩔줄 모르는 황 씨는 “세상에 못할 일이 뭐 있답니까. 남편의 사업체이고 우리의 터전인 이곳을 당연히 열심히 일궈나가야죠”라며 “어린시절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 형제들을 위해 고생하신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처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할 때 아름다운 결실이 맺어지고 인생이 값져 지는 것이니까요”라고 밝게 웃는다.
직접 굴비를 손질하고 때론 배달까지도 서슴없이 하며 남편을 내조하고 있는 황 씨는 일반가정이나 가게의 아내들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성실함과 넘치는 자신감이 아마도 그를 돋보이게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