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널려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

백용인의 난(蘭)과의 만남 - 특별한 난의 종자

2007-01-18     영광21
달력을 보면 4년에 한번씩 윤달이 되는데 올해는 윤 7월이 들었다. 윤달이 들기 전 해와 그 전 해는 대체적으로 기상이 좋아 풍년이 들고, 윤달 드는 해는 가뭄과 그 뒤에 홍수가 이어 진다고 한다. 올해도 긴 장마와 사상 최고라는 여름철 폭염으로 농업인과 애란인의 가슴을 많이 태웠던 해이다.

식물의 종자번식이란 수정을 통해 번식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수정이란 웅성배우자와 자성배우자가 합체하는 현상이며, 난은 다른 식물과는 달리 꽃가루가 덩어리로 되어 있고 암술이 비두(鼻頭) 밑에 위치해 있다.

봉심(捧心)이 감싸고 있는 중심부에 위치한 비두가 난의 생식기관이며, 이 비두의 끝에는 노란 꽃가루 덩어리가 있는데 꽃이 피고 시간이 지나면 꽃가루덩어리는 비두에서 떨어져 화분사(花粉薩)에 매달리게 되고, 암술의 끝부분에서 점액이 분비되며, 이때 바람이나 곤충에 의해 꽃가루 덩어리가 점액에 붙게 되면 꽃가루받이가 이뤄지게 된다.

꽃가루받이가 성공하면 화분관(花粉管)이 생기고 점점 씨방을 향해 자라기 시작하는데, 종류에 따라 12~24시간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면 씨방에 닿게 되어 수정을 완료하게 된다.

또 수정된 씨방이 성숙해 지려면 5~15개월이 필요하며, 다 자라면 꼬투리가 황록색으로 변하면서 세로로 갈라져 아주 작은 종자들을 바람에 날리게 한다. 하나의 종자 꼬투리에는 대략 십수만에서 백만개의 종자를 가지는데 난 종자의 특성상 발아할 확률은 1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꽃으로 생식기관을 삼고 있는 현화식물(顯花植物)의 종자를 보면 대체로 배아와 배유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씨 속에 있는 발아 초기의 어린식물이 씨눈이고, 이 씨눈을 싸서 보호하고 그 세포 속에 양분을 비축하며, 씨앗이 발아하여 씨눈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양분을 공급해 주는 조직이 씨젖이 된다. 그러나 난의 종자는 껍질과 수십 개의 세포만으로 싸여 있는데, 씨눈은 있지만 씨젖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씨젖이 없어 스스로 발아할 능력이 없는 난에게 발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Mycorrhiza라는 균으로 난의 종자는 난균이 있는 장소에 떨어져 이 난균의 도움을 받아야만 영양분을 섭취하고 발아할 수 있는 것이다.

자라고 있는 난의 뿌리 속에 공생하는 난균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종자가 난균이 자생하는 곳에 떨어져야만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나는 것이어서 한 꼬투리에 십수만개씩의 종자가 날려도 난의 개체수가 급속히 증가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난초의 종자가 땅에 떨어져 난균을 만나더라도 5년에서 9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라이좀이라는 생강같이 생긴 땅 속 뿌리를 만든 후 새싹이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천에 널린 것 같은 난이지만 이처럼 어렵게 태어나는 것을 보면 더욱 우리 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백 용 인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