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대소사 논의하는 나눔의 장으로 기쁨과 행복 충만한 곳
경로당 탐방 72 / 건무경로당<불갑면>
2007-02-01 박은정
이곳은 아마도 조금 전 점심식사를 마친 듯 편리하게 방안에 설치된 주방에서 마을의 젊은 아낙이 설거지며 식사 뒷정리를 하며 어르신들을 돕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누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식사와 함께 곁드린 반주로 인한 연한 홍조가 농한기의 넉넉함을 더하며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눈이 쏟아질 것 같이 잔뜩 찌푸린 날씨가 무색할 만큼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이곳은 2000년 건립돼 어르신들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었으며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서로 의논하는 의견교환의 장으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황산마을에 위치한 이곳 경로당도 여느 경로당과 마찬가지로 십시일반 식량이며 찬거리를 준비해와 점심을 나누고 있다. 50여호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은 논농사와 고추, 감자 등의 밭농사를 주로 지으며 부농의 꿈을 실현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며 욕심없는 삶을 채워가고 있다. 이러한 어르신들은 음력 9월부터 2월까지 이곳에 모여 함께 생활하며 기나긴 겨울을 의지하고 있다.
“우리 마을은 진작 고추모종이 들어갔다”며 “터널재배는 이미 다 끝났고 터널을 씌우지 않는 노지재배를 위한 모종이 한창 시작되고 있다”고 농한기의 끝자락을 알리는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아직 여유가 묻어났다.
아직 이른감이 있지만 벌써 농촌에는 꽁꽁 얼은 땅을 갈며 농사준비가 시작되고 있다. 이곳 건무리도 밭작물의 주를 이루는 고추농사 준비를 하며 한해 농사의 풍년을 소원하고 있다.
넘치는 여유는 아니지만 부족함속에서도 기쁨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곳의 어르신들은 1년에 한번 나들이를 다녀오며 화합을 다지고 상사화축제를 겸하는 면민의 날에 참석해 평소 나누던 돈독한 결속을 자랑하고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어르신은 “기름값 일부가 정부에서 지원되고 있지만 가을부터 겨우내내 모여 생활하는 상태에서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로서로가 힘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회원들에게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주민 모두가 욕심없이 지내는 탓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경로당 건물이 부실공사로 인해 금이 가고 갈라지는 등 균열이 일어나 걱정이 크다”며 “지은지 얼마 안된 건물을 새로 지어주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지내자니 불안하고 혹시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모두들 불안에 떨고 있다”고 근심을 덧붙였다.
건무경로당에도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특히 홀로 지내는 여자어르신들이 많은 이곳은 90세를 넘긴 어르신이 많아 공기 좋고 물 맑은 산골마을의 건강함을 과시하며 소박한 행복을 꽃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