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사랑으로 황혼의 여가 따뜻하게 가꾸는 행복한 보금자리
경로당 탐방 73 / 가마미경로당<홍농
2007-02-08 박은정
계마항을 품에 안고 아담하게 자리한 이곳은 80여명이 어르신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점심을 나누기 위해 모여 있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온기가 유난히 정겨운 이곳은 20년전부터 마을에 지어져 어르신들의 쉼터로 운영돼오다 2000년 무렵 새롭게 지어져 안락함을 더하고 있다.
가마미경로당은 어촌이라 여느 경로당처럼 농한기에만 모여 식사를 나누지 않고 1년내내 점심을 함께하며 가족 같은 정을 나누고 있다. 십시일반 거둔 식량으로 날마다 40~50명의 어르신이 식사를 해결하는 이곳은 하루에 두명씩 식사당번을 정해 찬거리며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다.
130여호가 살고 있는 이곳은 오래전부터 어업이 주를 이뤘고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가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아직 젊은 어부들이 남아 마을을 이끌고는 있지만 마을 전체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가 경로당 회원인 것을 보면 농촌 못지않은 어촌의 노령화를 대변해 주고 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선(70)어르신은 “1627년 인조5년 보명대사가 이곳에 와 홍농의 말(馬)이 해변을 향해 내려오는 형국이라 해 마래(馬來)라 했고 이곳에 말의 꼬리가 피니 가마미(加馬尾)라고 불리었다”며 “1925년 당시 홍농보통학교 서순채 교장과 그를 찾아온 친구들이 해수욕을 즐긴 첫 손님이 돼 그 후부터 이곳이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고 마을의 유래를 전했다.
그는 또 “지금은 예전만큼 해수욕장에 사람이 많이 찾아오지 않고 있지만 예전에는 주민들이 찾아오는 피서객을 상대로 장사도 하고 배로 고기도 잡으며 짭짤하게 재미를 보고 살았다”며 “이처럼 해수욕장과 어업의 활성화로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부를 누리며 살았지만 기상이변으로 인한 수온상승과 바로 인접한 원자력발전소의 영향 등으로 어장이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고 씁쓸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경로당 감사를 맡고 있는 이동재 어르신은 “우리 마을처럼 단합이 잘 되는 마을이 드물거다”며 “경로당 운영비가 다소 부족하기는 하나 모두들 합심해 이끌어가고 있어 큰 걱정은 없지만 노인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기구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노래방기계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바램을 전했다.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의 찬란함은 없지만 완숙된 노년의 여유로움으로 작지만 크게 나누려는 이곳의 어르신들은 해수욕장에 펼쳐진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인정으로 마을을 지켜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