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 새우잡이 옛 영화 되찾는 복돼지해”
앞서가는 어업인39 / 상낙월어촌계 / 장재복씨<어촌계장>
2007-02-22 영광21
염산 향하도에서 여객선에 몸을 싣고 한 시간여 내 달리다 보면 한때 전국 젓새우 생산량의 50%를 차지했던 옛 영화의 잔영들을 간직하고 있는 낙월도에 당도한다.
두개의 섬으로 이뤄져 ‘상낙월’, ‘하낙월’이라고 부르지만 예전 어업규모를 짐작이나 하듯 하나인 듯한 두 섬에 각각의 어촌계가 존재한다.
“1980년대엔 멍텅구리배라고 불리우는 새우잡이배가 100여척이나 됐죠”라며 잠깐의 회상과 함께 운을 떼는 상낙월어촌계장 장재복(47)씨, 그 또한 멍텅구리배로 온가족의 삶을 꾸려왔던 선친의 가업을 이어 닺자망 동력선으로 형태만 바꿔 새우잡이를 하고 있다.
‘진달이섬’이라는 애칭을 가진 낙월도, 이름이 무척 시적이다.
“낙월도는 말 그대로 달이지는 섬이란 뜻입니다” 이에 더해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의 운명이 다했을 무렵 백제의 왕족이 배를 타고 바다로 피신하다 달이지고 항로를 잃고 헤매다가 정착해 붙여진 ‘달이지는섬’이란 역사적설명도 덧붙인다.
“멍텅구리배는 무동력선입니다.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낙월부근에서만 새우잡이 바닷 길목을 지켜 조업을 했죠.” 그만큼 낙월주변바다에 새우가 많았다. 지금은 오염과 남획으로 신안, 흑산 등 먼 바다로 쫓아다녀야 할 판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상낙월어촌계원수만 184명이다. 하지만 21척의 닺자망 새우잡이 어선들만 상낙월도를 지키고 있다. “한참 낙월도가 새우잡이로 번성했을때 계원수죠.” 지금은 잡히지 않는 새우잡이와 함께 다들 떠나갔다.
이에 더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산 새우젓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갈수록 구하기 힘든 인력난 또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죠”라며 고단해진 어업환경을 토해낸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상낙월 어촌계원들은 자주 모이고 참여율 또한 높습니다. 언제, 어디서 새우잡이를 하고 어떻게 해야 이겨나갈 수 있는지 고민들을 함께 나누죠.” 어려워진 어업환경은 경쟁보다는 계원들을 공동운명체로 묵어내고 있다.
더불어 지난 10일에는 상낙월도에 군의 도움을 받아 새우잡이 어구손질에 큰 도움이 되는 ‘와이어 책 수리소’를 건립했다.
이제 날이 풀리고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파수꾼인냥 겨우내 낙월도를 지키던 새우잡이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면 남자들은 바다로, 또 섬 아낙들은 새우추리는 일로, 나이가 있으면 그물 손질하는 일로 낙월의 하루하루는 활기를 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