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가장 서민적이지만 겨울철엔 귀족”
앞서가는 수산인40 / 숭어잡이 / 김현상씨<염산>
2007-03-04 영광21
하지만 이러한 숭어가 귀족대접을 받을 때가 있으니 매서운 삭풍이 불어오는 한 겨울철과 지금이 그 시기다.
“숭어는 고기육질 자체가 좀 푸석한 감이 있죠. 하지만 겨울철에는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쫄깃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라고 첫 대면부터 숭어자랑이 한참인 해광호 선주 김현상(47)씨. 그는 지금 숭어잡이에 한창이다.
숭어잡이는 11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다행히 어장터가 저 멀리 확트인 바다가 아니라 이곳 설도에서 2~3km 떨어진 만으로 둘러싸인 염산골이죠.” 거친 겨울파도가 쉽사리 숭어잡이를 허락하지 않을법한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봄철 산란기를 맞아 연안으로 몰려든 숭어들, 여름철 무리를 지어 수면위를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치어들, 그리고 가을 겨울로 가며 점점 커져가는 숭어를 바닷가 사람들은 늘상 봐 왔다. 그래서 “숭어는 크기에 따라 이름이 7가지나 되죠.
모치, 참동어, 흩어빼기, 댕가리, 딩기리, 무거리, 숭어…” 일일이 손을 꼽아 부르는 이 지역 숭어명칭. 이처럼 자라면서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를 출세어(出世魚)라고 하는데 예로부터 지역별로 불리우는 이름이 천차만별이어서 수어, 조어 등 어림잡아 1백개가 넘는다.
또한 무안 등 몇몇 바닷가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꼭 숭어가 올라가야한다. 그것도 7가지 크기의 숭어가 한꺼번에 올라가는 곳도 있다하니 대접도 이런 대접이 없다.
“뭐 겨우 내 인건비 번다 하는 마음으로 잡는거죠.” 숭어잡이에 함께하는 3~4명의 인건비에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 그리고 “숭어는 날이 추울수록 떼를 지어 다니죠”라는 말처럼 여느해 겨울보다 따뜻해 작아져 버린 어획고는 생활살이와 두아이 학비에도 빠듯함 감이 없지 않다.
그나마 이렇게 직접 잡아 온 숭어를 “애들 엄마가 설도항에서 소비자들에게 바로 팔아 좀 나은 편이죠”라며 부부간의 콤비플레이에 대해 전한다.
그는 20년 베테랑 어부이다. 그전엔 설도항에서 각종 배 엔진을 수리했었다. “배 엔진 수리를 마치고 시운전을 하러 바다로 나가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운명인양 손을 댄 것이 바다생활이다.
그런 그는 수평선 멀리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어가는 것처럼 나이 들어 먼 훗날의 여정을 바다에 실어가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