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슴없이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의 숨은 의도

2007-03-08     영광21
마치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본 총리의 망언이 다시금 우리를 울분에 떨게 했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삼일절인 지난 1일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입증할 증거나 증언이 없다고 주장하여 억장이 무너지게 하였다. 과연 일본 정부가 진정으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의사가 있는 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5일에는 이 발언을 일본 참의원 회의석상에서 확인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한술 더 떠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종군위안부 관련 결의안이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어 결의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사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했다.

한국은 물론 네덜란드 출신 생존자까지 참석해서 미 하원 청문회에서 일본군의 만행과 위안부들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한 것이 바로 엊그제인 마당에 일국의 수장이 한 발언치고는 참으로 허무맹랑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증언보다 더 생생하고 명백한 증거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은 도대체 어떤 증거와 증언을 제시해야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할 것인지 아베 총리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당장 국제적 비난과 주변국의 반발이 비등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아베 총리가 역사를 호도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분명히 계산된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미국 하원에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 통과를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미 보좌관을 미국에 보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접촉하도록 하는 등 결의안 통과 저지에 나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둘째는 다음달 지방선거와 오는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것이다. 특히 7월에 열리는 참의원 선거는 아베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는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아베 정권은 단명에 그치고 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수주의에 영합하는 발언으로 보수세력 결집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발언은 주변국과의 갈등만 유발시키는 엄청난 악수임에 틀림이 없다.

지구상에서 자기의 역사를 자랑스럽지 않게 여기는 민족이나 국가는 없을 것이다.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딛고 일어서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나름대로 민주주의도 성숙한 터이니 일본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만 하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자부심을 가지려면 부끄러운 역사까지 껴안아야 한다. 부끄럽다 해서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려는 자세는 실속은 없이 허세로 떠벌리는 것에 불과할 뿐 진정한 자부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종군 위안부의 피해자는 20만 명이 넘는다. 일본 정부나 군대의 개입없이 이토록 많은 여성들을 종군 위안부로 동원하는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일본이 더 잘 안다. 그런데도 억지 주장으로 일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나라가 그렇듯이 일본 역사에도 결코 자랑할 수 없는 사실들이 있게 마련이다. 종군 위안부는 그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 제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마땅히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런 저런 구실을 핑계로 삼아 발뺌을 하는 것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행동으로 비겁하고 치졸하게만 보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그에 상응한 배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