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마음으로 기쁨과 사랑 채워가는 휴식공간

경로당탐방 79 / 남계경로당<군서>

2007-03-22     박은정
   
 

영광읍에서 백수로 향하다 영산성지 입구 맞은편길로 들어가 만난 군서면 남계리. 온화해진 날씨만큼 농촌의 움직임도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한 요즘 벼농사를 비롯한 담배, 고추농사가 주 농가소득원인 이곳도 밭에 담배를 정식하느라 주민들이 분주했다.

허리가 굽은 어르신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삼삼오오 모여 담배모종을 옮기는 모습이 따사로운 봄볕아래 평온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어르신들의 나약한 연로함이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어르신들의 안쓰러운 노동을 바라보며 도착한 남계경로당(회장 박양수). 각자 바쁜 일손중에도 우리 일행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모인 어르신들의 성의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아이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안보이고…” 당뇨와 혈압체크 등 간단한 검진과 진료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노환으로 힘겨워보였다.

숙제검사를 맡는 어린아이들처럼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인 이곳은 일찍이 15년전에 지어져 중촌 하촌 큰동네 학동 네마을 어르신들이 몸과 마음을 의지하는 공동의 장으로 점심식사를 나누고 말벗이 되며 정을 나누는 사랑방으로 온기가 가득했다.

“우리 경로당은 가을추수가 끝나면 알아서 식량을 가져오고 김장철이면 김치를 담가 가져오는 등 십시일반 마음을 보태 큰 어려움없이 지내고 있다”며

경로당의 화합을 밝힌 어르신들은 “우리 마을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이 없고 서로가 양보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배려해 큰 소리 한번 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이다”며 “늙어서 몸이 병들고 마음이 외로운 것은 어쩔수가 없지만 특별히 단명하는 사람없이 모두가 장수해 마을의 자랑이 되고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밝혔다.

경로당이 일찍 지어져 노인회의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던 이곳은 지금은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된 선배어르신들이 알뜰한 운영으로 자금을 후배들에게 남겨줘 경로당의 기본자금으로 형성되며 든든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매년 4월 정기총회를 열고 스스로 거둔 회비로 야유회를 다녀오기도 하며 마을잔치를 열고 있는 어르신들은 전통을 이은 검소함으로 깊은 정을 쌓아가고 있다.

서점수 이장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진샘’이라는 우물이 있어서인지 모두가 장수하고 마을인심이 넘쳐나는 것 같다”고 마을의 유래를 전했다.

싱그러운 봄의 향기처럼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계경로당은 어르신들의 곱고 순수한 마음들로 날마다 기쁨과 사랑이 채워지며 훌륭한 위안의 자리가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