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여린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만 볼래요"

2003-05-02     영광21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점점 굵어지더니 지금은 줄기로 내린다. 꽃집을 운영하는 이순례(45)씨를 찾아갔다. 꽂집에서 바라보는 바깥이 다른 날보다 더 깨끗해 보이는 것은 비가 세상을 씻겨줬기 때문일까? 아님 아름다운 향기를 자아내는 꽃 속에 갇혀서일까.

"칭찬할 것이 하나도 없어요" 이순례씨는 말을 뒤로 미루고 향이 진한 홍삼차로 달래려든다. 그녀는 대마에 출생지를 뒀다. 중매로 만난 남편이지만 뒷바라지에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시작한 터라 힘이 들었지만 이제는 느긋하다.

지난 선거를 힘들게 치르고 나서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남자라면 한번쯤 선거에 임해보고 싶었기에 일어났었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을 배운 거다.

8년 전부터 꽃집을 운영해 오면서 그녀는 틈틈이 자원본사에 전력을 쏟는다. 어렵게 딛고 일어서고 있으면서도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일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적극성을 띤다. 몇 일 전에는 화훼농가 일손 돕기를 했다. 봉사 활동을 통해 그녀가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기 시작했는데 가는 곳마다 애로 사항이 너절하게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녀는 부모가 버리고 간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이들의 커 가는 모습을 보면 옹골지단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사는 모습에서 인간의 향기를 느낀단다.

어려움을 얼굴빛으로 그려내지 않고 늘 서늘하고 온화한 그림을 그려보고 지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그녀다. 남겨진 잿더미를 스스로 식히느라 무척 힘들었을 텐데 조금도 드러내지 않는 이순례씨의 가슴은 아마도 까맣게 타 들어가지 않았을까?
박 청 기자 pc2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