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

데스크 칼럼

2007-04-12     영광21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4개월여를 끌어오다 마침내 타결되었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우리 농업과 어업은 이번 미국과의 FTA협정 체결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우리 지역도 주산업이 농업과 어업이다 보니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나마 우리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쌀이 개방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쇠고기와 돼지고기, 사과와 배 등 우리 농업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민감한 농산물이 10년에서 20년까지 비교적 장기 관세철폐기간을 확보한 점은 다행이어서 겨우 위안을 삼는 정도이다.

이러한 한미FTA협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오는 5월부터는 유럽연합과 FTA 협상이 예정돼 있고, 우리 농업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중국과의 협상도 조만간 추진될 예정이어서 갈수록 태산이다.

비록 국회의 비준절차가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국산 농수산물도 수입 농수산물과 나란히 진열대에 놓여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안타깝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이와 같은 세계화와 개방화 흐름에서 우리 농업과 어업이 살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할 때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우리 농업과 어업이 놓여있는 여건과 우리 농수산물의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들의 요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농업을 예로 들면 경지규모의 영세성과 농업노동력의 고령화는 우리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경지규모를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값싼 수입 농산물과 가격경쟁을 하는 데도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소비자들은 식품선택에 있어서 안전성을 제일의 구매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맛과 품질이 보장된다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농업생산은 중저가의 질 낮은 농산물 생산에서 고품질의 안전한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국내 소비자는 물론이고 세계의 고소득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농산물을 만들어내는 게 숙제다. 또한 농산물 유통을 주도하고 있는 소비처의 대형 유통업체는 가격보다는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산지에서의 유통조직화를 통해 공동선별과 공동출하체계의 정립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농업을 기업화함으로써 국내 농산물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농산물 물류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소득이 늘어나면서 도시민들의 쾌적한 여가와 관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맞춰 농촌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그 지역의 문화와 농업이 어우러진 즐거움과 쾌적한 농촌으로 탈바꿈시킨다면 농사에만 매달릴 때보다 더 많은 소득과 새로운 소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정부가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울화가 치밀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면 거기에 맞는 대응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노력하고, 정부도 노력하도록 유도한다면 비록 우리의 성에 차지 않는 FTA지만 선진 농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