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한길과 긴 생명력 삼식이 닮은꼴"

앞서가는 수산인 47 - 삼식이잡이 / 이규정씨<염산>

2007-04-20     영광21
"어허, 나를 닮았당께, 그래도 그 맛은 끝내줘." 만남 내내 푸근한 인상을 전해줬던 '삼식이 예찬론자' 염산면 설도항 6충남호 선주 이규정(54)씨, 마지막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까지도 여유있는 농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삼식이란 이름이 전혀 낮설지 않다. 언젠가 모 방송드라마에서 '삼식이'란 주인공 이름이 나오면서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물론 드라마에선 '백마 탄 왕자'로 나오지만 오늘의 주인공 삼식이는 '무식하고 못생김'의 대명사니 그 명암의 교차가 재미있다.

"지금이 한참이제, 요즘은 바다에 나가면 보통 10kg 안팎으로 잡는당께." 그의 그물에 잡혀오는 것들 중 생김새가 가장 못난 이 물고기는 머리가 크고 배가 불룩한데다 머리에는 꺼칠꺼칠한 골질돌기가 있어 울퉁불퉁하며 몸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초록색 또는 갈색을 뛰고 있다.

"텔레비전에 몇번 나오면서 유명인사가 됐지만 예전에는 그물에 걸려오면 다 버렸어." 가벼운 웃음 뒤끝 말속엔 '별미 삼식이 맛에 대한 자부심'과 반토막난 어획량에 삼식이같은 고기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푸념섞인 어업현실'이 교차해 묻어난다.

"삼식이 회무침하고 그 매운탕을 한번 맛본 사람들은 꼭 다시 찾아." 못생긴 것과는 달리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며 매운탕 맛은 아주 시원하고 일품이다. 또한 보기와는 달리 순하고 느려 터져서 건들면 몸을 부풀리는 게 고작이란다.

한데 재미있는 것이 '삼식이'의 별칭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표준어로는 '삼세기', 경남에서는 '탱수', 강원도에서는 '삼숙어', 포항에서는 '수베기'라고 불리는데 그래도 '삼식이'란 이름이 가장 정감이 간다.

삼식이를 잡기 위해 그는 새벽4시 졸린 눈을 비비고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어장터로 배를 몰아간다. 그리고 서해안 밀물과 썰물, 물 흐름에 함께 조우하며 걸려드는 물고기를 가둬 잡아들이는 그의 개량안강망 그물안에는 삼식이 이외에도 펄펄 살아 싱싱한 서대, 광어, 주꾸미, 대하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내가 어장일만 30년이 넘는당께." 스무살이 채 못돼 시작한 바다생활, 군대생활 시기를 제외하곤 그에게 있어 바다는 인생무대이다. 그리고 "저 개량안강망 그물은 우리 형제가 이곳서 맨 처음 시작했제." 개량안강망 외에 지금껏 다른 어구를 사용해 본적이 없단다. 경기도가 고향이던 그, 군 제대후 위아래 형제들이 먼저 자리를 틀고 있던 염산면 설도항에 정착해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평생 바다사나이로 또 한가지어구만 고집해 온 그의 묵묵함이 어느덧 끊질긴 생명력과 긴 세월 서러움을 벗어던진 삼식이를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