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의 정으로 마음은 늘 풍족하구먼!"

경로당 탐방 84 / 중흥경로당 <대마>

2007-04-26     영광21
온세상이 화려한 꽃으로 장식되며 마음을 부풀게 하던 봄날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농촌은 농사의 시작으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이른 봄부터 키워온 고추모를 밭에 정식하느라 모여 있는 어르신들의 굽은 허리가 고단해 보이는 오후, 대마면 홍교리 중흥마을을 찾았다.

이곳에 위치한 중흥경로당(회장대행 김준길)은 지난 2000년 정부보조와 마을 주민들의 희사로 건립돼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요긴한 쉼터가 되고 있다.

28호의 가구에 50여명의 주민이 전부인 이곳은 젊은이라고 칭하는 주민이 ‘60세’로 대부분 주민이 경로당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흥경로당은 얼마전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던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 총무를 맡았던 어르신이 회장을 대행하고 있었다.

평생을 함께 동거동락한 주민이고 또는 친구, 친지인 경로당 회장의 주검은 마을의 커다란 슬픔이었지만 어르신들은 거부할 수 없는 인생의 순리로 겸허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웃마을인 섬암, 주교마을의 어르신들도 함께 이용하는 이곳은 농한기면 모여 윷놀이와 화투 등을 즐기며 1년 농사로 지친 몸을 쉬어가고 있다.

주로 논농사와 고추 대파 양파 등의 밭작물로 소득을 창출하는 이곳의 어르신들은 연로한 탓에 많은 양의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어 남은 노년에 부족함이 많았다.

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 김준길 어르신은 “나이들도 많이 먹고 대부분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많아 외롭지만 바쁜 농사철을 제외하고는 경로당에 모여 몸과 마음을 의지하고 지내 일상에 위로가 많이 되고 있다”며 “비록 주민들도 얼마 안되고 가진 것도 많지 않지만 마을의 애·경사에는 모두가 나서 함께하며 서로간에 정을 나누고 있어 마음만은 늘 풍족하다”고 마을의 분위기를 전했다.

중흥경로당은 특별한 회비는 걷지 않고 정부에서 지원되는 보조금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물품과 자금을 지원해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이곳도 여느 마을처럼 1년에 한두번 나들이를 다녀오며 주민간에 우의와 화합을 나누면서 정을 쌓아가고 있다.

“이제 다 늙어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죽을때까지 몸이나 더 안 아프고 살면 좋겠구먼.”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이 온통 주름투성이인 나약하기 한이없는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곳 어르신들의 애처호운 바램은 우리내 부모들이 처한 현실의 안타까움으로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