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상술과 청렴함 병존, 선택은…

백용인의 蘭과의 만남 33 - 김홍도와 매화

2007-05-11     영광21
<김홍도전>에는 단원 김홍도 선생의 매화에 얽힌 얘기를 전하고 있다. 그는 집이 가난해 끼니를 잇지 못하는 때가 더러 있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를 파는데 그 꽃이 매우 기묘해 가지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매화를 살 돈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림을 그려 달라며 돈 3,000냥을 보내준 이가 있었다. 단원은 즉시 2,000냥을 주고 매화를 구입하고, 800냥으로는 술을 사서 친구들을 모아 매화를 감상하는 술자리를 열었다. 그리고 남은 200냥으로 쌀과 땔감의 밑천을 삼았다.

단원은 이와 같이 호방한 인품과 도량이 크고 일상사에 거리낌이 없는 성품을 가졌기에 우리 회화사에 두고두고 빛을 발할 좋은 그림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끼니를 걱정해야 될 형편임에도 여백의 미를 즐기고 좋아하는 매화를 우선 구입하는 단원 선생의 행동이 시사하는 바를 우리는 배워야겠다.

우리나라 100만명이 넘는 난 애호가들의 난 재배 이유를 보면 돈벌이가 되니까, 명성을 얻을 수 있으므로, 노후에 소일거리로, 금란지교를 하기 위해 등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난을 통해 여백의 미와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배워 인품을 함양하고 인간의 본질가치를 증대시켜 중용의 높은 이치를 깨닫는 것일 것이다.

몇백년전의 얘기지만 진리는 고대나 현대 모두 같다고 본다. 자본주의 자체가 물질만능 우선주의이고 돈이 좌우하는 영향력이 크다 하겠지만 돈 위에 사람을 지배하는 고매한 정신과 인품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김소운 선생은 "뜻이 있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은 뜻이 없다"'고 했다.

일부 상인중에는 초보자에게 가격 뻥튀기하기,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가 추락하는 행위, 병이 든 난인 줄 알면서 속이고 파는 행위 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애란인들 중에는 부도덕한 상인으로 인한 크나큰 상처를 받아 난계를 떠나고 싶다는 심정을 호소하기도 한다.

만일 한국춘란을 좋아하는 난인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난계를 떠난다면 손실이 클 것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훌륭한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고 해도 관객이 없으면 그 연극도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상인중에도 정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과 한국시장을 꿰뚫어보고 고객에게 우수하고 장래성이 있는 난을 권하거나 본인이 매매한 난의 사후관리까지 신경을 써 신뢰를 주는 상인들도 있다.

특히 난 재배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고 실수한 거래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지는 훌륭한 상인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한국난계가 어둡지만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한국란계에서 상인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계속 확대될 것이다.

단원 선생 같은 훌륭한 난인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램과 난의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정신적인 청량함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모든 난인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