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제주풍란 서양에선 푸른난초

백용인의 蘭과의 만남 35 - 죽음을 부르는 난초

2007-05-23     영광21
사람들은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희귀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귀한 보석이나 그림, 도자기, 고서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신적 우월감으로 우쭐해 한다. 멸종되어 가는 동식물에 대한 소유욕도 마찬가지다.

희귀한 식물중 푸른 난초만큼 이상한 식물은 없다. 난초는 이 지구상에서 국화 다음으로 많은 종이 있는 식물이다. 약 450과에 1만5,000종이 알려져 있는데,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종만도 5,000여종이나 된다.

땅에서 자라는 지생란, 바위나 나무에서 자라는 착생란, 엽록체가 없어 다른 식물에 붙어서 자라는 기생란으로 나눠지는 난초는 꽃이 필 때 180。 회전하는 것부터가 범상치 않다. 향기중 가장 고귀한 것이 난향이라고 할만큼 인간에게 사랑받고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제주도에서 자라는 풍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난초라면, 서양 사람에게 가장 희귀한 것은 남아메리카 오지에서 자라는 '발초'라는 이름의 푸른 난초다.

5,000여종의 열대난초중 이 푸른 난초만큼 신비감을 주는 것은 없다. 이 난초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금부터 약 200여년전이었다. 그 뒤 많은 탐험가와 식물학자들이 이 난초를 찾기 위해 밀림을 뒤져 몇 개를 손에 넣었으나 모두 목숨을 잃었고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는 희귀하고 이상한 난초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1940년 식물학자 다 페드로 알타스는 죽음을 부른다는 푸른 난초를 찾기 위해 남아메리카 밀림지대를 향해 탐험을 떠났다. 그는 푸른 난초가 옛날 원주민들이 건설했던 폐허가 된 사원 근처에서 발견된다는 말을 듣고, 현지주민의 안내를 받아 밀림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푸른 난초는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밀림을 헤맨 지 몇달이 지났을 때, 안내를 맡은 인디오로부터 낡은 사원을 하나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타스는 곧 그곳으로 달려갔다. 안내인 수도 늘려 그는 그 사원 일대를 뒤지기 시작했다. 숲 속, 무너진 돌 사이 등 한 곳도 놓치지 않고 다 뒤졌으나 푸른 난초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가 낙심해 그곳을 떠나려 할 때, 인디오 한명이 고목의 커다란 뿌리 사이에서 고개를 비쭉 내밀고 있는 푸른 난초를 발견했다. 인디오들은 난초 주위에 무릎을 꿇고 연신 무어라고 기도를 했다. 그들은 푸른 난초가 밀림을 지키는 신령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타스는 인디오들의 기도가 끝나자 푸른 난초를 조심스럽게 캐어 이끼와 나무껍질로 곱게 싼 뒤 곧바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다. 푸른 기가 감도는 이 난초는 보면 볼수록 신비감을 더 해주며 아직 작은 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이 난초가 정말 죽음을 부르는 밀림의 신일까? 도대체 이 난초의 신비는 어디에 있을까? 내 기필코 그 비밀을 캐내고 말 테다!”
다음날 알타스는 푸른 난초를 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물학자 세뇨르 크리스토퍼 말티나가 있는 식물연구소를 찾아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