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모습을 감춘 밀림의 수호신
백용인의 난과의 만남 37 - 죽음을 부르는 난초 II
2007-06-07 영광21
하인은 푸른 난초를 손에 들고 열심히 헤엄쳐 강가에까지 도달했지만 악어가 나타나 그를 물고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런 저주가 계속되자 식물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원이나 박물관에서도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푸른 난초를 얻고자 했다.
이제는 돈만이 문제가 아니라 푸른 난초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불가사의에 대한 영웅적 도전이었다.
네덜란드의 백만장자인 피에드 벨드는 튤립 재배로 거금을 움켜쥔 사내였다. 그는 만약 푸른 난초를 가져다 재배에 성공하면 백만장자가 아니라 억만장자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생각에 푸른 난초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는 거금을 투자해 대원들을 모집한 후 탐험에 나섰다. 패배를 모르는 백전불패 노장의 도전에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푸른 난초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도 푸른 난초에 드리워 진 죽음의 여신을 피할 수는 없었다. 푸른 난초를 손에 넣기도 전에 그와 대원들 모두가 열병으로 몰살했던 것이다.
탐험의 거장 칼 호이스는 지금까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멋진 계획을 세웠다. 통신용 비둘기를 잘 훈련시켜 혹시나 푸른 난초에 달라붙어 있을지도 모르는 저주를 피하고자 했다.
애쓴 보람이 있어 그는 간신히 푸른 난초 두 포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재빨리 한 포기를 캐어 비둘기 다리에 묶고 하늘로 날려보내고 나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커다란 매가 나타나 비둘기를 공격했다.
당황한 그는 매를 향해 총을 쏘았지만 매는 비둘기를 채어 하늘로 사라지고 총소리를 듣고 인디오들이 달려와 칼 호이스 일행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리오데자네이로의 '열대병연구소'에 근무하는 안더마트 박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원주민에게서 열병에 걸린 인디오 추장을 치료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안내인을 따라 추장의 거처에 도착했을 때, 그는 너무 놀라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추장의 머리맡에 바로 푸른 난초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추장의 병세가 심하니 백인들의 병원이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해 승낙을 받았다.
안더마트 박사는 푸른 난초를 훔쳐 추장의 머릿수건 속에 숨겼다. 추장은 수술을 받고 병을 고쳤고, 안더마트는 푸른 난초를 리오데자네이로로 가지고 올 수 있었다.
그는 푸른 난초를 유럽에 가지고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포르투칼행 소노라호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그가 탄 소노라호는 망망대해에서 실종돼 결국 육지에 도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뒤로 지금까지 밀림의 수호신 푸른 난초는 한 포기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푸른 난초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남아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