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이 본 한국 언론' 대담을 보고
14일밤 문화방송 '미디어비평'에 출연, 격정 토로해
강준만이 텔레비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전북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신문방송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 강준만이 14일 금요일 밤 문화방송 시사프로인 '미디어비평'에 출연하여 약 40분 가량 한국 언론에 대한 그의 견해를 정열적으로 피력하였다.
10여 년 전에 그가 낸 '인물과 사상'을 보고 신선한 충격에 휩싸여 때때로 그의 글을 읽어오면서 방송에서나 혹은 직접 만나보기를 원했던 나에게 어제 대담 프로는 참으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재작년인가 서울에서 그가 지은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이란 책을 사서 몇 번이나 읽으면서 자랑삼아 제목이 보이게 옆구리에 끼고 이곳저곳을 거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딴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노무현'이란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하고 싶어 의도적으로 했던 행동이었다.
그는 먼저 언론의 자기 반성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언론의 기본 정신은 말할 것도 없이 부정한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언론들은 군사정권시대를 지나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예전에 저질렀던 부정한 권력에 대해 무조건 찬미하고 따랐던 행태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제대로 반성이나 참회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것은 곧 위선이고 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가 처음부터 해오는 있는 실명 비판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신 공격성 비판이라는 견해에 대해 '정치중독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견해를 풀어나갔다.
우리나라는 유독 정치인들만 실명으로 비판을 한다. 그 이외의 학계나 언론인 혹은 종교인 등 이 나라를 대표하는 다른 지도자들의 실명 비판은 이상하게도 금기시되고 있다며 그것은 잘못된 현상이라고 그는 말했다. 실명을 피한 솜방망이 식의 비판으로 인해서 그들은 예전의 그 숱한 잘못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독재와 군사정권에 대해 수많은 감언이설로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했던 지식인들에 대해 정치인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실명으로 비판을 해야한다고 그는 역설하였다.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거대 언론기관의 그들을 비판하는 세력에 대한 각종 소송 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그들이 전략적이고 실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나름대로 진단을 하였다.
그는 두 가지 견해를 말하였다.
하나는, 자신들의 보도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명히 맞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둘은, 강하게 대응하느냐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느냐를 갖고 철저하게 비교를 하여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전략적이고 실리적인 태도로 접근하여 소송을 걸거나 침묵을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였다.
다음은 요즘 많이 여러 가지 의견이 오고가는 문인 이문열의 신문 투고에 대해 말하였다. 그는 이문열을 향해 우정어린 충언을 하지 않는 현재의 사태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하였다. 이문열의 글 가운데 유난히 '테러를 당했다'하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에 대해 그는 아전인수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을 하였다.
이문열 자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테러를 당한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면 반대로 이문열로 인해서 정신적인 테러를 당한 사람들은 무엇이냐며 반문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예로 그는 이문열이 지난번에 많은 시민단체를 향해 '홍위병'이라고 표현한 것을 들었다.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그는 말하였다.
다음으로 그는 결과적으로 그의 저서가 김대중과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일조를 하였는데 특히 김대중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였다.
아마 자신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비난의 화살에 대한 그의 답변일 것이다. 물론 이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잘못된 정국운영과 친인척 관리가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김대중씨의 대통령 당선이 갖는 의미는 우리나라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개인 김대중이 그 시대에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되어 그를 지지했다고 말하였다.
그는 요즈음 자신이 지지하고 또 책을 쓰기도 했던 노무현 씨에 대해 우리나라의 시대사적 흐름과 전개에 비추어 그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이 되어 그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하였다.
다음으로 그는 족벌언론을 왜 비판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였다. 언론이 제대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양심적이고 공정하고 깨끗한 상식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만 언론 본연의 임무인 사회의 공기를 혼탁하게 하는 기관과 사람들에 대해 비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재벌이 잘못하면 재벌을 강하게 비판하고, 검찰이 잘못하면 검찰을 예리하게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족벌언론의 문제는 그들의 상도덕 수준이 중간도 아니고 가장 밑바닥에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부조리한 여러 행태에 대해 반성이나 참회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을 비판하며 올바른 길을 가도록 촉구하는 단체에 대해 비난을 일삼는 것은 한 마디로 코미디라고 그는 말하였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간곡하게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한 가지를 호소하였다. 우리들의 자식들을 진정 생각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판단해주며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하고 건전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언론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고서는 우리들의 자녀들이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살 수 없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그는 일부 진보 진영의 인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조선일보 기고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러한 현상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하였다. 그들이 그 신문에 글을 쓰려면 성역과 금기를 깨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들이 방씨 일가의 족벌언론의 폐해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겠는가, 한미관계를 정면으로 비판할 수가 있겠는가,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겨눌 수 있겠는가 등 이런 조선 특유의 사상에 반하는 글은 절대로 쓸 수도 없고, 쓴다 하더라도 실릴 수가 없다는 것이 한계라고 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사회자가 문부식씨를 거론하였다. 그는 조선일보에 요즈음 연재기사를 싣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촛불시위가 과장되어 있다고 썼다고 한다. 이것을 예로 들며 강 교수는 과장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인정을 하였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그동안 조선일보가 행한 숱한 과장에 대해 먼저 비판을 하고 반성을 하라는 메시지를 그가 써야 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다음으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족벌언론의 여론 매수행위에 대해 비판하였다. 수십 면에 걸친 신문은 국민들에게 화장지 수준의 상품으로 격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문들의 영향력은 막중하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 개혁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이라고 보았다. 특히 지난 해 대선 기간 동안의 언론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 언급하였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언론 개혁은 힘들지 않나 본다면서 다만 새 정부는 족벌언론에 아첨하거나 밀착하지 말고 정도를 걸어가라고 주문하였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명실상부한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유통시장의 정상화를 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며, 간접 지원 형식으로 언론시장의 다양화를 위해 지방신문을 살려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새 정부가 반드시 법에 명시된 대로 가감 없이 그대로 해나가기를 바랐다.
다음으로 언론 개혁에 앞장서던 일부인사들의 방송사 사외이사 참여에 대해 그는 일단은 지켜보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개혁 정신을 견지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얼마 전에 서울방송의 사외이사로 참여하기로 한 김동민 교수가 거론되었다.
그는 그 일에 대해 좋게 봐서는 자기 희생적이며, 나쁘게 봐서는 사전 정지 작업이 없이 좀 지나치게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를 밝혔다. 시민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이 있다면 앞으로는 선행작업을 해주기를 그는 바랐다. 이번에 김동민 씨가 그런 선례를 남기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리고 흔히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 쪽으로 방향을 정하면 욕을 해대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이것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이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정치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 쪽으로도 많이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진출하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 다만 전제로 위에서 말한 사전 정지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다음으로 방송계의 개혁에 대해 그는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이 들어와 맡아 어렵고 힘들지만 뚝심을 갖고 일관되게 올바른 개혁이 되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방송 개혁이 어려운 이유를 시청자들의 시청 수준에 돌렸다.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락일변도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그는 방송계의 자업자득이라고 진단하였다. 예전에 오랫동안 오직 시청률 경쟁에만 골몰하여 군사독재정권이나 문민 정부 때에 오직 눈요기 위주로 방송을 내보낸 결과 초래한 업보라고 보았다.
방송 개혁의 키를 잡은 사람은 앞으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정말로 참다운 바람직한 방송의 길을 제시하며 밀고 나아갈 때에 비로소 개혁의 틀이 잡혀질 것이라고 하였다. 더불어 방송위원회의 역할을 말하였다. 위원장부터 나서서 방송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점검하여 먼 앞을 내다보는 건전한 개혁을 심도 있게 해야 된다고 하였다.
마직막으로 사회자는 학벌주의의 폐해와 대안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의 3대 개혁 현안은 지역주의, 정치개혁, 학벌주의라고 단정한 뒤에 학벌주의야말로 큰 병폐 중의 하나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이것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가 태어나면서부터 무서운 전쟁을 치르는 투철한 전사 체질로 길러진다는 것을 우려하였다. 그리하여 주위의 고통이나 어려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로 변한다는 것을 그는 가장 큰 폐단이라고 본다며 답은 하나라고 하였다.
그가 제시한 답은 이른바 명문대라 일컫는 서울대와 연세대 그리고 고려대 정원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여야 된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시간 관계상 그의 답은 거기에서 끝났다.
40분간에 걸친 그의 직설적이며 격정적인 대담을 보면서 우리들이 해야 할 일들이 앞으로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그의 말을 들으며 막혔던 속이 팍 뚫리는 기분도 느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반대로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그 무엇인가를 느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들의 후손들이 계속 살아가야 할 이 소중한 우리나라가 진정 깨끗하고 양심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 언론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절대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강준만 교수도 그러한 시대적 중차대한 과제를 제시하면서 그가 서있는 위치에서 열과 성을 다해 민중을 계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대학에서 후진들을 양성하면서 지금과 마찬가지로 간접적인 시민운동을 해나가겠다는 그의 소망이 활짝 꽃 피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언젠가는 그가 소망하는 바람직한 언론 개혁이 되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나아갈 때에 우리가 바라는 그 날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날을 위해 지금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언론 개혁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여 열심히 활동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