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내놓으라고 해도 핵폐기장은 안된다"
전남 장흥군의회는 핵폐기장 찬성, 집행부는 반대
▲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장소로 유명한 소등섬이 있는 남포마을. 이 곳은 핵폐기장 후보지로 지정됐으나 주민 및 환경단체 반대에 의해 해제됐다.
전남 장흥군에서 이례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핵 폐기장의 '핵'자만 나와도 의회와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과 달리 이곳 '군의회'와 '번영회' 등은 선정지역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조사해 선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군수는 대다수 군민이 핵폐기장 유치를 찬성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군수는 또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고장을 만드는 게 자신의 목표이고 책임이지 핵폐기장 유치는 아니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전남 장흥군의회(의장 김태빈)는 23일 열린 제100회 임시회에서 장흥군민 1080명이 낸 '양성자가속기 사업유치와 핵폐기장 부지 타당성 조사' 청원서를 참석 군의원 9명 만장일치로 결의했고 이 청원서를 24일 산업자원부에 냈다.
군의회는 청원서에서 "용산면 상발지역은 오래 전부터 방사성 폐기장 후보지로 거론되어온 지역으로 마을주민 대다수는 폐기장 유치를 희망하여 왔다"면서 "2개의 사업이(방사성 폐기장 및 양성자가속기) 모두 유치 될 경우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되어 침체 일로를 걷고있는 우리 군은 획기적인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 핵폐기장 유치의사를 밝혔다.
반면 김인규 장흥군수는 의회에 출석해 "군민의 80%가 핵폐기장 유치를 찬성하더라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군수는 또 "10년이 넘도록 지역에 갈등과 분란을 제공하고 있는 핵폐기장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어" 소신 발언을 했다고 밝혀 환경단체와 대다수 군민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김인규 장흥군수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핵폐기장 유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장흥군민이 핵폐기장을 원하는 것처럼 보도한 언론에 의해 문제가 확산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군수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대다수 핵폐기장 대상지역 의회와 주민들은 적극 반대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장흥군의회와 주민들이 적극 유치에 나선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어떻게 된 내용인가.
"일부 언론이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흥이 처음에는 핵폐기장 선정 대상지역에 포함됐지만 압축하는 최종 과정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일부 주민과 군의회가 다시 적지 조사를 통해 선정해달라고 청원서를 냈는데 이는 절차가 이미 끝난 상태에서 제기한 의미 없는 청원일 뿐이다."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언론은 대다수 지역이 적극 반대하는 것과 달리 군의회가 적지 심사를 해달라는 청원서를 낸 것을 장흥군이 유치 신청한 것처럼 보도했다. 신청절차를 자세히 알았다면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거나 뉴스로 취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마치 장흥군민이 핵폐기장을 원하는 것처럼 보도해 지역 이미지가 매우 손상됐다."
-천 여명의 주민이 서명한 청원과 군의회의 만장일치 결의는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언론에 만장일치로 보도됐는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참석 군의원의 만장일치다. 이날 장흥군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장흥읍 군의원이 불참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천 여명의 주민이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하지만 절대 다수 군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다수 군민들은 핵폐기장을 반대하고 있다."
-장흥군은 의회와 집행부의 역할이 뒤바뀐 것 같다. 왜 핵폐기장 반대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나.
"장흥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재를 가진 고장이다. 군수로서 문화가 살아 숨쉬는 장흥을 만드는 게 목표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자연과 문화가 숨쉬는 고장에 핵폐기 처리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신청할 의사도 없다. 군민 80%가 찬성해도 반대한다고 한 발언은 10년간 지속되온 갈등과 분란을 명확한 입장으로 정리하기 위해 최대의 용어를 동원한 것이다."
-'양성자가속기(핵발전소에서 사용된 핵연료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연구수행 등의 연구)'사업유치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대학과 연구소 등의 주변 연계성과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장흥은 그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예산지원 할 생각도 없다. 결국 장흥은 핵폐기장과 양성자가속기 사업의 적합 지역이 아니다."
-핵폐기장과 관련해 향후 계획이나 입장은 무엇인가.
"군수자리를 내 놓으라고 해도 핵폐기장 유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게 계획이고 입장이다."
장흥환경운동연합은 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장흥 군수가 뚜렷한 소신을 바탕으로 장흥군 임시의회의 답변을 통해 핵폐기장 및 양성자가속기 사업유치를 단호하게 거부했다"면서 "지역에 갈등과 분란이 된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 장흥군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며 군수의 입장을 환영했다.
이와 함께 "핵폐기장 후보지에서 제외된 모든 지역들이 천만다행으로 여기면서 안도의 숨을 쉬고 있는데 반해 탈락된 장흥군에서 군의원에 의해 다시 핵폐기장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문림·의향 장흥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다"면서 "1080명 청원서명인에 대한 진위여부의 검증작업과 다시는 이러한 치욕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주사회단체 및 주민들과 연대하여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