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회장님!
일면식 없는 송회장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게되어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나라를 떠나면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배가되고
고향을 떠나면 고향사랑하는 마음이 배가 된다고 했습니다.
핵쓰레기장을 유치해야 한다고 각 기관에 재경향우님들의 뜻을 전달한 것은
아마도 가난의 대물림속에 어렵게 살아가는 고향을 위한 충정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송회장님!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을 대물림하며 농사를 짖고 살아가지만 우리 현실을 한번도 비관하고 살아간 적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훈훈한 인정이 남아있고 맑은 공기가 있는 이곳이 저에게는 천국이나 다름 없습니다. 비록 높은 소득으로 번쩍이는 자가용을 몰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20대에는 부모님의 가난을 대물림 받기 싫어 10여년을 서울에서 생할하기도 했습니다. 별다른 기술이 없어 조그만 섬유공장에서 머슴살이 같은 생활을 했지요. 돌이켜 보면 사람다운 삶이 아니었습니다. 항시 부족한 수면에 쥐꼬리 같은 봉급은 허리띠를 졸라메도 도저히 가정을 꾸리기 어려웠습니다. 결국은 귀향을 하였고 지금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고향에는 핵쓰레기장 유치가 쟁점입니다. 이미 선배들의 무지로 80년대에 핵발전소가 들어와 버렸고 40대의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핵발전소가 애물단지 입니다. 당시에 선배들과 고을 지도자들이 미래의 환경이나 후손들은 생각하지 못한 잘못된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송회장님도 가난이 싫어 기회의 땅을 찾아 서울로 떠났을거고 고생끝에 성공한 인생으로 평가받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송회장님이 생각하는 가난한 고향은 이상이지만 영광을 지키고 있는 우리는 현실입니다. 대다수의 농사꾼인 우리가 핵쓰레기장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 깨끗한 쌀을 생산해 판매하고 싶고, 우리 자녀들은 제가 어렸을 때처럼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며 뛰놀게 하고 싶습니다. 절대로 그럴리없지만 제 자녀들에게는 핵쓰레기장 유치로 부자가된 영광보다는 가난하지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가끔 서울인 큰댁을 방문할 때 저는 숨이 막히는 탁한 공기와 해일처럼 밀려오는 차량들로 인해 서울사람들은 참으로 고생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행복의 척도가 고급 승용차에 넓은 평수의 집이라고 한다면 모를까,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지금은 삶에 질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저는 비록 고급차는 아니지지만 든든한 화물트럭 자가용이 있고 서울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정원이 딸린 건평45평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더욱 고마운 일은 목에 걸리지 않고 넘어오는 맑은 공기와 소독제인 염소를 타지 않은 냄새없는 물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송회장님을 비롯한 고향떠난 향우님들의 고향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하나 고향을 지키는 우리들의 바장한 각오도 헤아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향우님들의 핵쓰레기장의 유치결정이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 같은 촌놈들의 순수한 열정을 무참히 짖밟는 무례함이어서는 더욱 안될 것입니다.
송회장님이 서울에서 지켜보는 고향보다 고향을 지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제가 고향의 미래에 대한 발언권은 더욱 커야 한다고 믿기에 염치를 불구하고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