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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은 기다려야 쓸만한 재목을 얻을 수 있다
icon 작은 태양발전기
icon 2004-06-14 23:56:53  |  icon 조회: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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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태양발전소 준공에 부쳐


2003-05-14




재생가능 에너지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선입견을 가지고 대한다.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겠느냐고 빈정댄다. 사실 이번에 세운 작은 태양발전기에서는 전기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전기를 아껴 쓰는 두 가구 정도가 쓸 것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발전소를 세우는 데 들어간 돈이 2천9백만원이나 되니 값도 꽤 비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중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무를 심으면 수십 년은 기다려야 쓸만한 재목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고, 그때 내가 살아있을지 어떻게 아느냐고 생각하고 나무를 심지 않으면 나중에는 어떤 쓸만한 나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기 싫어서 빨리 자라는 나무만 심으면 다른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 값이 싸다고 해서 석탄석유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만 고집하면 나중에 기후변화와 핵폐기물의 위험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는 아무리 재생가능 에너지를 쓰려고 해도, 설령 많이 개발해서 쓴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때는 늦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싸고 전기가 많이 나오지 않더라도 재생가능 에너지를 하나씩 개발해 가면, 나중에 우리는 고갈되지도 않고 생태계를 파국으로 빠뜨리지도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즐겁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태양발전소를 세운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미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이 때가 분명하게 언제가 될지는 잘 알 수 없다. 유럽 사람들은 이때를 2050년으로 정했다. 그들은 10여년 전에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그들과 같이 50년쯤 후에는 원자력과 화석연료가 모두 사라지고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만 에너지를 얻는 감격의 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최초의 시민태양발전소를 세운 사람들의 노력은 그 날 최종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그 날 시민발전소에 참여한 우리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식과 손자들은 고갈되지 않고 깨끗한 재생가능 에너지를 쓰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우리를 생각할지 모른다.
2004-06-14 23: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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