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지역통합과 덧셈의 원칙
세대 지역통합과 덧셈의 원칙
  • 영광21
  • 승인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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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정치현안 '신당에 대하여'
요즘 우리 민주당이 착잡합니다. 정치적 환절기의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새롭게 거듭나려는 진통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위태롭게 비칩니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여러분께서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다른 세력의 도움도 받아 기적처럼 이겼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의 앞과 뒤에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는 참담하게 패배했습니다.

그것은 민주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였습니다.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는 국민의 준열한 명령이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경고를 일찍 받아들였어야 합니다. 국민의 명령을 진작 이행했어야 옳습니다.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더욱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이제 한 가지에는 생각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거듭나야 한다는 데는 당내 의견이 접근했습니다. 당내 논의를 통해서라면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데까지 발전했습니다.

신당추진의 5개 원칙
문제는 어떤 신당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있습니다. 이것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분란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매우 성의있게 논의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신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저는 5개항의 원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닙니다. 당의 몇 분 지도자들께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것으로 압니다.

첫째는 세대통합의 원칙입니다. 특정 연령층만이 주도하거나 중심이 되는 정당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노년 장년 청년층이 조화를 이루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남녀의 조화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둘째는 이념통합의 원칙입니다. 진보나 보수의 어느 한편에만 치우치는 정당은 크게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진취적인, 약간은 진보적인 정당이었으면 합니다. 개혁적이되 안정적 개혁을 지향하는 정당이기를 바랍니다.

셋째는 지역통합의 원칙입니다.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전국정당이어야 합니다. 특정지역에 편중돼서도 안 되지만, 특정지역을 배제해서는 더욱 안 됩니다. 호남 문제는 한국정치의 숙명적 현실입니다. 호남이 왈가왈부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온당치 않습니다.

넷째는 민주당 계승의 원칙입니다. 민주당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계승해야 합니다. 민주당의 이념과 철학을 이어가면서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민주당의 인적 자원도 최대한 포용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한국정치의 위대한 결실이며 자산입니다.

다섯째는 덧셈의 원칙입니다. 뺄셈을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정치인이 정치인을 심사하겠다는 것은 오만이며 월권입니다. 심판은 국민들께 맡겨져 있습니다. 신당은 문호를 열어놓고 뜻을 같이하려는 분들을 폭넓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5대 원칙의 의문과 전망
이상의 5대 원칙에는 몇 가지 의문이 따릅니다. 첫째, 지금의 민주당과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둘째, 그렇게 해서 내년 총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셋째, 다른 신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신당은 민주당과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미 민주당은 변화의 격류에 휩싸여 있습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3년 전, 2년 전의 민주당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커질 것입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신당의 창당 전당대회에서는 새로운 규칙에 따라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고, 새로운 당헌 당규와 정강 정책을 채택할 것입니다. 전당대회에서는 당원들께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지도부를 선택하실 것입니다.

내년 총선거에서는 국민들께서 새로운 시대에 부응할 국회의원을 골라 주실 것입니다. 만약 지난 시대에 대해 책임져야할 분들이 계신다면, 당원과 국민들께서 심판하실 것입니다. 당원과 국민을 믿어야 합니다. 저는 정치인들의 논리보다 당원과 국민의 직관을 더 믿습니다.

둘째, 내년 총선거의 결과는 국민들께 맡겨져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국민의 판단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이외에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정치인들의 논리보다 국민의 직관을 더 신뢰합니다.

셋째, 민주당과 별도의 신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부산에서 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앞날에 여러 긍정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느껴집니다.
현 단계에서 민주당을 일부러 찢어서 어떻게 해보려 하면, 무리가 따르고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너무 작위적인 방법은 좋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전개가 바람직합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지 맙시다. 지금 우리가 바로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시발역 부근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민주당내 갈등해법과 변화수용
민주당 안에는 갈등이 있습니다. 치유할 수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면 길이 보입니다. 상대의 반성을 요구하기 전에 자기의 잘못부터 인정하면, 해결은 훨씬 쉬어집니다. 자신을 되돌아봅시다.

시대의 변화를 수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름답습니다. 변화는 회피할 수 없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도 변화는 밀어닥칩니다. 변화에 동참합시다. 기왕이면 적극적으로 동참합시다. 변화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바로 주도세력입니다.

민주당 안에는 이런저런 이름의 그룹들이 꽤 많습니다. 저는 어떤 그룹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대변인으로 일한 1년 4개월 동안 계파적 활동을 모두 중단한 결과입니다.

더구나 저는 대통령당선자의 대변인이었고, 대표의 비서실장입니다. 그런 사람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한 발짝 물러서서 신중히 판단하고 무겁게 처신하려 합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저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단호하게 행동할 것입니다.

이낙연 국회의원<민주당 대표 비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