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게 많아도 마음만은 부자구만”
“부족한 게 많아도 마음만은 부자구만”
  • 영광21
  • 승인 2007.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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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92 / 덕산경로당<백수>
장마철이라 잠시 주춤하지만 마을을 들어서면 여느 농촌과 다름없이 한창 바쁜 일상을 보이며 성실히 농사를 짓고 있는 덕산경로당(회장 박태업)은 백수읍 대신2구에 위치해 있다.

백수해안도로를 지나 마을에 들어서면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보건소와 좁은 골목에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고 유난히 담뱃잎이 무성한 이곳 경로당은 30여명 회원들이 서로 의지하고 벗이 돼 노년을 함께하고 있다.

98년 건립돼 50대부터 80대까지의 어르신 30여명이 회원을 이루고 있는 이곳 경로당은 방 2개와 거실을 갖춰 요즘 같은 장마철, 농사로 지친 어르신들의 최고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이 마을은 담배와 고추를 짓는 마을이라 한창 담뱃잎을 따는 시기라서 어르신들의 일손이 바빴으며 올해의 고추작황은 좋을 것 같으나 예년보다 값이 하락해 큰 수익을 얻지 못할 걱정에 어르신들은 아쉬워하고 있었다.

쌀농사를 짓지 않아 쌀이 귀한 이곳은 식량을 자발적으로 돌아가면서 희사해 함께 식사를 나누고 어르신들 스스로 식사당번을 정해 골고루 노동을 안배하며 노년의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의 어르신들은 바쁜 농사일에 쫓겨 여가생활을 충분히 즐기지는 못하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짧게나마 노인정에 들려 화투, 바둑, 노래자랑으로 하루를 마무리해가며 황혼의 우정을 다지고 있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박태업(77) 어르신은 “시골이라 항상 아쉬운 게 많지만 놀이시설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농한기나 겨울철에 경로당이 많이 활용됨에도 불구하고 오락시설이 없어서 어렵다”며 “타 노인정에 비해 시설이 부족한 것을 보강해 노인들이 오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시설이 돼 노년을 부족함 없이 즐겼으면 한다”고 전하면서 연료가 부족해서 실질적으로 방 한개만 사용하는 안타까움을 덧붙여 전했다.

이곳 덕산경로당은 겨울철에 가장 큰 부담인 난방비와 매일 끼니를 해결하는 부식비가 염려가 되는 턱없이 부족한 살림이지만 정부에서 지급되는 운영비와 어르신들이 없는 살림에도 조금씩 거둔 쌀이며 반찬 등을 더해 어르신들 나름대로 지혜롭게 경로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식들 모두 아무 탈 없이 건강하고 마을 사람들 모두 올해 농사 잘 돼 다 부자가 됐으면 좋겠구먼”라며 “큰 부자는 아니어도 다시 찾아오면 그때는 맛난 거 많이 해줄테니깐 꼭 다시 와”라고 하는 어르신들의 말속에 부족하지만 따뜻한 농촌의 인심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농사철에도 어르신들은 잠시나마 덕산경로당을 들려 서로를 위하고 마음을 나눠 옛 농촌의 아름다운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며 넘치는 인정이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