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 못내던 시절 감싸주던 선생님"
"수업료 못내던 시절 감싸주던 선생님"
  • 영광21
  • 승인 2003.05.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농우체국 성기청 국장의 회상
73년 중 2학년 때 일이다.누구나 스승의 날이면 한번쯤 그리운 옛 스승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도 가슴속 깊이 새겨둔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담임이셨던 그 분은 국어를 가르치시는 정흥모 선생님이다.

그 해 8월 어느 여름날 나는 수업시간이 끝나고 친구 3명과 함께 교실에 남아있었다. 왜냐하면 2/4분기 수업료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담임 선생님은 한번도 소리를 지르시거나 꾸중도 하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그렇게 어려우니" 하고는 언제쯤 가능하겠냐고 묻고 조용히 듣기만 하셨다.

선생님도 어렵게 학교를 다니셨는지 우리를 도와주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시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조용한 미소를 지으면서 선생님께서는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 말씀까지 하고는 곧 바로 교무실로 가셨다.

그 다음날 6교시 수업시간이 모두 끝나고 교무실에 수학선생님을 만나 보기 위하여 조용히 교장실 옆을 막 지나고 있을 무렵 갑자기 교장선생님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고 자초지정을 듣고 말았다. 내용인즉 '왜 다른 학년 반은 한 명도 수업료를 못 낸 학생이 없는데 당신 네 반만 그러냐'고 혼을 내는 것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그렇다'고 단 그 한마디 뿐이셨다.

다음날 혼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다시 찾지 않았다. 몇 일 후 수업료를 학교에 납부하고 담임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웃으면서 "그랬어" 하신다.

수업료를 못 낸 이유가 다른 급우보다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더욱 죄송할 뿐이다. 지금도 스승의 날이 되면 고마운 그 선생님을 늘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