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만 있응게 마음 편하고 개운해서 좋체”
“여자들만 있응게 마음 편하고 개운해서 좋체”
  • 박은정
  • 승인 2007.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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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94 / 학구정경로당 <군남>
군남면 포천리. 면 소재지인 이곳은 예전에는 사람도 많고 군남의 중심가로 꽤나 북적였다고 한다.

한때의 전성기가 사라진지는 오래이지만 지금도 2일과 7일 몇명의 상인들이 모여 조그맣게 장을 형성한다는 터에 아담하게 자리한 학구정경로당(회장 김덕례 사진)

“오늘은 집이들 온다기에 특별히 팥죽을 끓여 먹고 놀고 있구만.” 문밖까지 배웅 나오며 찾아온 일행을 맞이하는 황봉례(73) 어르신의 배려에 따뜻함이 전해진다.

황 어르신은 학구정경로당이 생긴 초창기부터 총무를 맡아온 이곳의 내무장관(?)이다. 날마다 점심 무렵이면 이곳을 나온다는 어르신들이 특별히 더 많이 모여 방안 가득 반기는 모습에 또한번 고마운 감동이 전해진다.

외간상 보기에는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는 이곳은 17년전 농촌지도소(현 농업인상담소) 자리를 개축해 어르신들이 노인정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남자 노인들은 오지 않고 원래 처음부터 여자들만 사용했어”라는 어르신들의 설명처럼 이곳은 여자어르신들의 전용공간으로써 금남의 집이다.

포천리에는 면 전체 노인들이 모이는 노인정과 남녀어르신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경로당이 얼마전 깔끔하게 신축돼 있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이곳만을 당신들만의 고유영역으로 여기며 애착을 갖고 지키고 있다.

60대 중반부터 90대까지 80여명의 어르신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이곳은 특별한 회비는 없지만 어르신들 스스로 조금씩 거둬 운영을 보태고 있다.

이곳의 어르신들은 지금은 고령이라 대부분 노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는 농사 또는 상업으로 생활을 이어왔다고 한다.

4년째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김덕례(79)어르신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요가도 배우고 모여서 화투놀이도 하며 자식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 여자들만 사용해 이용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지만 건물이 워낙 오래전 지어져 낡아 보수할때가 많다”고 불편함을 살짝 호소했다.

여유자금이 없어 따로 여가를 즐기는 일이 거의 없지만 이곳의 어르신들은 1년에 한번은 여행을 다녀오며 황혼의 외로움을 충전하고 있다.

“올해는 과천 서울대공원이랑 인천 월미도를 구경하고 왔어. 내년에는 롯데월드를 구경 갈라고 노인들이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어”라는 어르신들의 자랑을 들으며 ‘나이가 들수록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