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은 눈요깃감이 아니다
여성의 몸은 눈요깃감이 아니다
  • 영광21
  • 승인 200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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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지역미인대회로 전락한 '굴비홍보도우미 선발대회'
◎ 참가자격 : 전국의 만17세이상, 만23세 이하의 미혼여성
◎ 심사요건 : 얼굴전체(매력·균형), 몸전체(상체의 선·맵시), 전신균형(매력 및 맵시), 예절교양
미(본인소개·인사), 영광굴비소개(영광굴비소개는 기본교육 함), 태도, 화술, 표정

제15회 굴비홍보도우미 선발대회 참가요령 안내문이다.

미스코리아나, 다른지역의 지역특산물아가씨 선발대회 기준과 다를바 없는 굴비아가씨선발대회가 지난해부터 명칭만 '홍보도우미'로 포장해 올해도 어김없이 홍보에 나섰다.

여성의 몸을 획일화, 수치화, 상품화하고 행사전시용으로 활용하려는 미인대회로 전락한 굴비홍보도우미 행사에 대해 영광여성자치연대에서는 3년째 거듭 반대의사를 담은 성명서를 내고, 캠페인, 제안서 발송 등의 꾸준한 반대활동을 벌여왔다.

미인대회는 젊은 여성의 외모와 몸을 일정한 기준으로 심사하고 점수를 매겨 전체 '여성의 미'에 대한 가치를 왜곡시키고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 등 비생산적인 영역에 대한 투자를 높이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결국 국가적으로 여성인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공감이 형성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전국적으로도 감소하는 추세이다.

21세기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부양해야 할 우리사회가 남성의 잣대를 들이대어 여성의 몸에 점수를 매기는 야만적인 미인대회는 여성들의 거센 폐지요구에 의해 2001년부터 미스코리아 공중파 방송을 중단했고 지역미인대회도 경제적 효용성, 일회성, 전시성에 대한 비판앞에 속속 폐지 중에 있다.

법성포단오제는 강릉단오제와 함께 단오제의 전통을 잇는 훌륭한 행사이다. 물론 우리지역특산물을 홍보하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고 영광굴비가 우리지역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가치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기왕의 굴비홍보를 위한 방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15년간 이어온 행사인데…, 눈요깃감으로 이 정도면…, 대체할 만한 행사가 없어서…"라는 식의 이유는 궁색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영광굴비아가씨 선발대회가 영광굴비홍보도우미로 명칭을 바꾼 이상 적어도 영광굴비를 잘 홍보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든지 행사를 통해 영광굴비 판매고가 높아진다든지 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적극적인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1년에 백화점 홍보 몇 차례를 위한 '영광굴비 홍보도우미 선발대회'를 치루는 비용이 3천여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절반을 차지하는 1,500여만원이 상금으로 빠져나간다.

선발·시상내용
- 진 : 상금 500만원 및 트로피 - 선 : 상금 300만원 및 트로피
- 미 : 상금 200만원 및 트로피 - 특별상 : 상금 70만원 및 트로피 (장미, 백합, 국화, 철쭉, 동백, 난초, 매화, 목련)


거기다 참여대상이 전국구이고 실제로 더 큰 미인대회를 위한 전초전이나 경력 쌓기용으로 전국의 젊은 여성들이 문을 두드린다. 2년간 행사장 옆에서 모니터 한 결과 수준이하의 개인기나 달달 외는 듯한 굴비상식, 어설픈 몸짓들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굴비홍보를 영광에 생판 처음 와봤을 법한 '타지역' '젊은 여성'들에게 맡겨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소비자는 바닷바람에 시커매진 법성 사람들의 손으로 직접 엮는 모습에 영광굴비에 대한 신뢰를 높여갈 것이다.

법성포단오제를 전국적 행사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심하고 애쓰는 주최측의 노고와 땀이 특산물 미인대회로 훼손당하기 않기를 바라며, 진정한 굴비홍보를 위한 행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법성포단오제가 전국적인,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미인대회로 전략한 '굴비홍보도우미 선발대회'를 반대한다.

영광여성자치연대(천주교 영광성당 생명과평화지기·원불교여성회·영광여성의전화·영산원불교대학교 여성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