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가장 순수하고 가혹, 신중한 도전
자연에 대한 가장 순수하고 가혹, 신중한 도전
  • 영광21
  • 승인 200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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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의 산이야기 ⑥ - 등산이란 무엇인가
등산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는가(누구나 어디 가냐고 물으면 등산이라고 답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확실히 알고 답을 하여야 할 것이다.

등산 즉 알피니즘(Alpinism)이라는 말은 스위스를 가운데 두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다섯 나라에 걸쳐있는 유럽 알프스의 고산지대에 그 역사적 기원을 두고 있다.

불어의 Alpinisme에서 시작하여 영어(Alpinism) 독일어(Alpinisnus) 이탈리아어로는(Alpinisno) 등으로 불리며 오늘날 등산을 뜻하는 국제공동어가 되었다.또한 등산가를 알피니스트(Alpinist) 등산학교를 알파인스쿨 (Apine school) 산악회를 알파인클럽(Alpine club)으로 등산용 지팡이를 독일어로 알펜슈톡(Alpen stock)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알피니즘에서 시작된 말이다.

등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히말라야 등산을 히말리야이즘 안데스등산을 안디니즘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피니즘은 등산을 역사적 기원 때문에 생겨난 말일 뿐 알프스 등산이라는 좁은 뜻이 아니라 널리 일반적인 등산을 뜻한다고 프랑스의 등산가 뽈베시에르가 그의 저서 알피니즘의 첫머리에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알피니즘 다시 말해서 등산이란 무엇인가. 등산은 산을 오른다는 뜻이지만 원래 서구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서 온 서구적 개념이다. 즉 등산은 알피니즘을 번역해서 만든 말이다.

등산에는 고전적 의미와 현대적 의미가 있는데 전자는 모험과 도전의 의미가 후자는 탈출 수단의 의미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등산의 역사에 따른 시대적 배경이 깔려있으며 등산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등산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것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여 어떤 과정을 밟아 지금어디까지 왔는가 하는 이른바 등산의 역사를 대충이라도 훑어볼 때 비로소 그 가닥이 잡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피니즘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영국에서 나온 등산 백과사전(Ency clopedia of taineering)에는 알피니즘을 눈과 얼음에 덮인 알프스와 같은 고산에서 행하는 등반으로 풀이하고 있다.1760년 스위스 제네바의 대학교수인 베네딕트 드 소쉬르가 사모니에 가서 하늘높이 솟은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 4.807m을 보고 정상에 오르는 길을 아는 자에게 상금을 내 걸었다.

18세기라면 히말라야는 고사하고 알프스도 미지의 세계였다. 그 무렵 사람들은 몽불장에 악마가 살고 눈사태를 일으킨다며 무서워했다.

그 몽불장이 등정된 것은 그로부터 4반세기가 지난 뒤였다.몽불랑의 정복은 미지의 세계 그 공포와 곤란함에 대한 도전이었다. 여기에는 알프스에 대한 숭고한 등산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이를 일컬어 알피니즘이라고 한 것이다. 등산은 산과 사람이 만남에서 비롯하지만 사람과 산의 만남이 모두 등산은 아니다. 도를 닦으려 입산하거나 약초를 캐며 짐승을 잡을 목적으로 산에 가는 것은 등산이 아니다.

승려나 심마니 사냥꾼이 제 아무리 산을 잘 오른다 해도 우리는 그들을 등산가라고 하지 않는다. 등산은 행위 자체가 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알피니즘의 세계
알피니즘에는 알피니즘을 실현하기 위한 고유의 특수한 세계가 있다. 그것은 무형 또는 유형의 세계이며 일정한 테두리가 없는 것이다. 알피니즘의 무대는 대자연이다. 이 자연은 고산과 칼날능선, 깎아지는 암벽, 눈과 얼음 그리고 넓은 공간과 허공 등으로 펼쳐지는 별세계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장시간에 걸쳐 극한적으로 벌어지는 알피니즘 활동은 한마디로 정신적이고 육체적이다. 심한 육체적 노력을 넘어서 정신적인 것을 얻는 것이 등산의 특권이고 본질이다 등산은 지식욕과 탐험욕 그리고 정복욕의 소산이며 이때 알피니스트는 진정 자기를 알고 자기를 지배하며 자기를 이긴다.

알피니즘에는 알피니즘만이 가지는 특수성이 있다. 그것은 일반 스포츠에는 심판과 규칙과 승부와 관객이 있으나 등산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나아가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스 등산가 리오넬데레이가 말한 무상의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요컨대 등산은 자기과시가 아니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며 자연에 대한 가장 순수하고 가장 가혹하며 가장 신중한 도전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