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 맛 단시간에 제거한 '특허홍시'개발
떫은 맛 단시간에 제거한 '특허홍시'개발
  • 김기홍
  • 승인 200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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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노력과 엔지니어 경험 살려 벤처농업에 성공
40대 학사농부가 최단시간에 감의 떫은맛을 없앤 `특허 홍시'(紅枾)를 출하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고창 공음과의 경계인 법성면 용덕리 신계마을 새벽농원 대표 백성준(45)씨는 지난달 28일 이 농원에서 열린 '전남 벤처농업 연구클럽 연합회' 워크숍에서 자신이 전국 최초로 개발한 특허 홍시의 제조법과 사업전망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백씨는 감 재배농가가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홍시로 출하하고 싶어도 감의 떫은 성분(탄닌)을 제거하는데 20-25일의 시일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쉽게 물러져 수송·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그대로 팔아 손해를 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빨리 홍시로 만들고 과육도 비교적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작년 초 개발에 성공을 거뒀다.

백씨의 홍시 제조법은 밀폐된 건조로에 떫은감을 넣은 뒤 고온·고압의 에탄올 및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후 저온숙성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15~18시간만에 타닌 성분이 완전히 제거된다.
타닌 성분을 제거하려면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한 달이 걸리고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기존방식으로도 4~5일이 걸리는데 비하면 '즉석 홍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감의 색깔과 내용물은 홍시 상태이나 과육의 경도(硬度)가 홍시 이전과 엇비슷해 수송이 용이하고 저장기간도 기존의 2배인 180일까지 길어졌다. 쉽게 말해 '땡감을 단감으로 만드는 격'이다. 떫은맛이 없기 때문에 단감처럼 깍아서 먹을 수도 있고 보관해 두었다가 홍시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만든 홍시를 작년 설 무렵부터 올 여름까지 개당 일반 감의 6배인 3천원씩에 출하해 감밭 8천평에서 3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지난해 5월 이 홍시 제조법의 특허출원과 함께 '닥터 대봉'을 상표로 등록하고 포장용기의 의장등록을 마치는 등 벤처기업의 터전을 닦았다.

서울 태생으로 공대를 졸업한 백씨는 지난 81부터 97년까지 17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한 원전 엔지니어 경력의 농군이어서 또 다른 화제다. 원전에서 함께 근무하던 아내와 결혼해 고향 영광에서 남과는 다른 농사를 지어 보자며 땅을 사게됐다. 우연히 사게된 이땅에 감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어 그대로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감농사에 뛰어든 그는 끈질긴 노력과 엔지니어 경험을 살려 벤처농업에 성공했다.

백씨는 8천평에 이르는 감나무 농장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토질 또한 과수가 생육하기 힘든 황토라 더욱 유기농이 필요하다. 농약한번 하지 않았다. 백씨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태풍 '루사'는 너무도 가혹했다. 60%에 이르는 감이 떨어지고 잎사귀가 찢겨져 기어코 살아난 감마저 또 솎아 던진 것이다. 다른 감나무 같았으면 거의 떨어져 수확을 거의 못할 정도가 됐겠지만 백씨의 감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백씨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감나무밭 만2천평 추가 조성했다. 대봉의 경우 묘목을 심은 지 4년이 지나야 수확이 가능해 지금의 묘목들에서 감을 수확하기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걸린다.
백씨는 "이번 워크숍에서 농사도 연구하고 머리를 쓰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썼다"며 "홍시 연구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 삼아 다른 특허도 몇가지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백씨는 "감나무를 재배하는 모든 농가가 탈삽(떫은맛을 빼는 것) 해 출하하면 훨씬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현재 갖고있는 것은 연구용이고 상업용으로 키워야 하는데 여건이 좋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타지역에선 이 기술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는데 이 지역에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드물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닥터대봉

단감보다 단 감…백화점 특판전에도 출시
대봉은 본디 단감이 아니라 떫은감이다. 그래서 반드시 홍시로만 먹어야 했다. 백씨는 홍시처럼 말랑말랑해지지 않으면서 즉 유통과정 중에 터지거나 으깨지지 않으면서 떫은맛을 감쪽같이 빼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서 받는 즉시 먹는, 씹어도 먹고 홍시로도 먹는 '닥터대봉'.
당도 또한 '닥터대봉'은 단감보다 단 감이다. 단감은 당도가 14~16도, 대봉은 20~22도나 된다. 포도가 14도 인데 비하면 엄청나게 단 것이다.

몸에 해로운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아이에게 몸에 이로운 홍시 아이스크림을 줘도 좋다.
일반감이 15㎏ 기준 25,000원가량 받는데 반해 백씨의 감은 65,000~80,000원까지 받는다. 특품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 받는다. 친환경농사로 고품질의 감을 생산해 타겟마케팅을 한 것이 주효했다. 작년엔 백화점 특판전에도 출하해 유명백화점에서 "감 달라! 감 내놔라"하는 전화도 많이 왔다.
문의: 061-356-4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