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계시는 나의 사랑 당신에게
하늘나라에 계시는 나의 사랑 당신에게
  • 영광21
  • 승인 200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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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피해 미망인의 편지
고통스런 목소리로 이별을 목전에 두고도 "사랑한다"는 애끊는 절규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영전 앞에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죄스럽습니다. 영원한 나의 사랑 부디 저 세상에서라도 편하게 이승에서의 고통과 슬픔은 모두 털어 내고 편하게 잠드세요.

당신이 이 세상과 이별을 하고 멀리 떠나가시던 날 목숨 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당신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도 저는 아무것도 해 드릴 수가 없었어요. 다만 가슴에서 애끓는 것은 당신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여보, 당신이 가시고 난 후 홀로서야 한다는 크나큰 굴레가 가끔씩 엄습을 해오면 그립고 보고싶은 건 당신입니다.꼭 행복해야해요. 저 머나먼 하늘로 내 목숨보다 소중한 당신을 보내고 기막힌 우리사랑은 연극처럼 막을 내리는 것일까?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예요. 모든 들풀은 제각기 멋스러움을 자랑하고 사랑을 속삭이면서 봄 꽃 향기를 즐기는데…

당신이 계시는 그곳에는 봄꽃이 많이 피었는지요. 눈을 감고 좀더 잘해주지 못한 사랑 참회하면서 꿈속에서라도 자주 만나보고 싶어요. 제발 하늘 나라에서는 아프지도 않고 전쟁이 없는 나라에서 근심도 후회도 이별도 없는 곳에서 날 기다리세요. 월남이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칩니다. 무서운 고엽제 때문에 당신을 먼 하늘 나라로 보내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당신을 그려보면 조용히 들려오는 당신 목소리에 나는 울고 말아요.

그래요. 당신이 평소 하시는 말씀처럼 우리 저 세상에서도 꼭 부부로 만나요. 나랑 당신은 다시 한번 만나야 합니다. 당신이 유난히 좋아하는 수선화가 피었는데 아름답다는 말씀이 없군요. 노란 수선화 꽃처럼 예쁜 꽃말 되시어 돌아오세요. 무서움도 두려움도 없고 다시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해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아내가.
박봉전<고엽제 후유의증으로 작고한 이양선씨 미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