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인의 蘭과의 만남 47 - 열대야에 시달리는 난초

우리 인간은 30℃의 온도에서 습기가 30% 이하일 때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끼고, 여름철에는 시원하다고 느끼지만 습기가 40% 이상 되면 후덥지근함을 느끼고, 60%가 넘으면 끈적끈적하고 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즉 여름밤 온도가 25℃를 넘으면서 숨통이 막히면서 후덥지근한 잠 못 이루는 현상을 열대야현상이라 한다.
흔히 연부병이라 부르는 신아가 갑자기 썩어서 빠지는 병은 대개 분속에 수분이 많아 습도상승으로 인한 분속의 열대야현상에서 시작된다.
난에서 발생하는 병원균들은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으로 나눌 수 있다.
연부병은 바이러스에 의한 병이고, 부패병(무름병)은 세균(박테리아)에 인한 병이 대부분이다. 연부에 걸린 난은 사실상 치유가 어렵다.
예방차원으로 백신이 개발돼 있지만 소량의 병원균을 침투시켜 면역력을 강화시켜줄 뿐이고 원균 퇴치로 치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연부나 부패병에 걸린 난을 치유하기 위해서 항균제나 항생제(마이신 종류인 테라, 겐타, 스트렙토마이신 등)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병에 걸리고 나서 좋은 약을 쓰는 것보다 최선의 방법은 사전에 철저한 예방이다.
부패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가 관수 방법인데 혹서기 때 물뿌리개로 관수를 하면 기부속에 고인 물을 제거하기 어렵고 휴지나 면봉을 사용해도 기부속 깊숙이 남아있는 잔여 수분을 완벽하게 제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부속에서 열대야현상이 발생해 썩어버리게 된다.
손쉬운 방법을 하나 소개하면 난실의 크기에 따라 물통을 선정(1말짜리 물통으로 200여 분 관수가능) 물통에 4~5mm 구멍을 내어 호스를 고정시키면 완성이다.
구멍이 너무 작으면 물주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너무 크거나 물통이 높으면 수압으로 화장토가 날아가니 주의해서 만들고 난초에 물이 닿지 않게 관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했다고 신아가 안전한 것은 아니며 문제는 화분속의 열대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간단한 방법은 물을 주지 않는 것으로 그러면 38℃가 넘어도 난은 안전하게 된다.
텃밭이 있는 가정에서는 실험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차광막을 씌우고 밭에 난을 심어두면 날씨가 무덥고 수분이 많아도 난이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토양 자체의 온도가 외부온도보다 훨씬 낮고 습기는 많지만 토양과 토양 사이로 공기가 통해 난에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분속의 습도는 각자가 부채질을 해서라도 막바지 여름에 신아도, 꽃대도 애란인들의 건강도 잘 지키시길 바란다.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